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OK저축은행 창단 2년 만에 'V1' 원동력은?

'대단하다'란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시쳇말로 '대박'이다.

창단 2년밖에 안된 팀이 프로배구 맨꼭대기를 차지했다. 그것도 7시즌이나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팀을 꺾었다는 점도 놀라웠다.

OK저축은행이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화재와의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를 거뒀다. 2013년 태동한 OK저축은행은 두 시즌 만에 챔프전 첫 우승을 일궈냈다. 대체 OK저축은행의 이런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될 성 부른 떡잎, 2년 만에 만개

OK저축은행은 2년 전 창단멤버로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다. 당시 기량이 좋다는 대학생들을 싹쓸이했다. '경기대 삼총사(이민규 송명근 송희채)'였다. 이들은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탐을 낼 정도였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하고 OK저축은행 선수들하고 다 바꾸자고 하면 바꿀 것"이라며 좋은 스쿼드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들이 프로 물을 먹은지 2년 만에 만개했다. 특히 정규리그 때보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펄펄 날았다. 데뷔 시즌에 보였던 뒷심 부족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 2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마지막에 웃은 것은 OK저축은행이었다. 챔프전 3경기에서도 상승 리듬을 유지했다. 수비형 레프트 송희채는 챔프전 2차전에서 무려 91.43%의 서브리시브 성공률을 보였다. 세터 이민규는 상대 블로커를 혼란스럽게 하는 빠르고 현란한 토스로 공격수들의 팔색조 공격을 이끌었다. 레프트 송명근은 3경기에서 49득점을 기록하며 '쿠바 특급' 시몬과의 공격 밸런스를 잘 맞췄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잘 뽑아서…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시몬이라는 세계 최고의 미들블로커를 영입한 것이 200% 효과를 봤다. 시몬은 전위에 있으면 '천하무적'이었다. 라이트 공격 뿐만 아니라 세계를 호령하던 센터에선 그를 막을 자가 없었다. 역시 정규리그 속공 부문에서 1위(71.90%)를 차지했다. 2위 이선규(삼성화재)와는 10.19%나 차이가 났다. 시몬이 더 대단한 것은 부상투혼을 펼쳤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렸지만, 버티면서 포스트시즌을 견뎌냈다. 진통주사도 맞지 않았다. 그러나 제 몫을 다해주는 모습이 동료들의 투지를 더 일깨웠다. 그 동안 삼성화재가 '1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도 외국인 공격수를 잘 뽑았기 때문이었다. 안젤코-가빈-레오가 공격 점유율 60% 이상을 책임져줬다. 외국인 공격수의 비중은 한국 프로배구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여기에 좋은 인성도 갖췄다. 한국형 외국인 선수가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시몬은 더 할 나위없었다.

▶공격적인 투자와 기적을 쓴 초보 감독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OK저축은행은 2013년 창단 당시 환경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 결국 공격적인 투자밖에 답이 없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했다. 선수단 숙소를 비롯해 경기장, 창단 홍보비, 배구연맹 가입금(4억원), 운영비 등 총 100억여원을 쏟아부어 팀의 골격을 만들었다. 데뷔 시즌에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두 번째 시즌에 시련은 없었다. 이 투자의 뒤에는 최 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의 배구 사랑이 있었다. 프로는 역시 '돈'이다. 투자없이는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OK저축은행이 보여줬다. 최 회장은 감독 경험이 전무한 김 감독을 믿었다. 현역 시절의 이름 값만이 아니었다. 김 감독이 그리던 청사진과 배구 철학을 믿었다. 김 감독은 "우승이라는 것은 하늘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마지막 고비를 넘어준 선수, 팬들의 힘이 하나가 돼 기적을 일으킨 것 같다"며 웃었다.

안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