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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여우' 신태용 감독 '골프 타짜', 2015 챔피언 등극

눈과 비는 비켜갔지만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오전 최저 기온은 2℃, 낮 최고 기온도 3℃였다. 찬바람이 생생 불었다.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기온 쯤이야", "바람 쯤이야"…, 합창이었다. 날씨는 중요치 않았다. 18홀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동반자의 불행에 폭소를 쏟아내다가도, 자신의 미스샷에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스포츠조선, 스포츠서울, 일간스포츠, 스포츠동아, 스포츠경향, 스포츠월드 등 스포츠전문 미디어 6개사가 주관하는 2015 축구인 자선 골프대회가 26일 경기도 용인 골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렸다. 70대부터 30대까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에 흠뻑 취했다. 70세로 최연장자인 이회택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나이를 잊었고, 막내 고종수 수원 코치(37)도 패기를 앞세워 맹타를 휘둘렀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축구인 골프회동'이었다. 또 다시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초대 대회와 2회 대회 우승이 시리즈처럼 연결됐다. 초대 대회 챔피언은 '독수리' 최용수 FC서울 감독(44)이었다. 당시 그는 주최 관계자들보다 더 빨리 모습을 나타냈다. 티오프 3시간전에 등장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우승 상품인 46인치 3D TV가 운명을 걸었다. 출사표는 더 압권이었다. "마침 거실에 있는 TV가 고장났다. 안방에서 옹기종기모여 TV를 보면서 가족의 정은 더 쌓였지만 아내가 꼭 TV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못 타면 우승한 사람에게 반값으로 구입하려고 한다."

최 감독은 당시 '그라운드의 여우'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45)과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둘은 축구계의 '톰과 제리'다. 최 감독이 '톰', 신 감독이 '제리'다. 신 감독은 18홀내내 최 감독을 웃고, 울렸다. 신 감독의 '입골프'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자선 골프대회는 실력만으로 정상에 설 수 없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12개 홀에 개인 핸디캡을 부과해 순위를 매기는 '신페리오 방식(파의 합계가 48이 되도록 12홀의 숨긴 홀을 선택해 경기 종료 후 12홀에 해당하는 스코어 합계를 1.5배하고 거기에서 코스의 파를 뺀 80%를 핸디캡으로 하는 산정 방식)'으로 승자를 가린다. 최 감독은 91타를 적어냈지만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결과, 69.4타를 적어내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최 감독이 자리를 비웠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광저우 원정으로 불참했다. 우승 상품은 업그레이드 됐다. 50인치 벽걸이 TV가 부상으로 내걸렸다. 최 감독의 공백에 안도한 신 감독은 티오프전부터 '우승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얼마 전에 아들 노트북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에 갔는데 벽걸이 TV가 유독 눈에 들어오더라. 충동 구매의 덫에 걸릴뻔하다 골프대회가 생각났다. 진짜 TV를 교체할 때도 됐다. 올해는 정말 TV를 양보할 수 없다. 오늘은 꼭 TV를 받아 가야겠다." 신 감독은 주말 골퍼들의 꿈인 '싱글 골퍼'다. 지난해 스타군단 골프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다.

하지만 싱글 골퍼는 '신페리오 방식'에서 우승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수위 조절을 했다. 70대 골퍼인 그는 이날 81타를 적어냈다. 더블 보기도 한 차례 나왔다. 버디는 단 하나도 없었다. 평소 같으면 치욕이지만 이날은 싱글벙글이었다. 물론 기본은 망각하지 않았다. 라운드를 함께한 이석명 수원 단장이 신 감독의 퍼팅 순간, "잠깐"이라고 외쳤지만 볼은 그대로 홀컵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신 감독은 "저는 그런 것에는 흔들리지 않습니다"라며 웃었고, 이 단장은 "우리가 타짜한테 농락당하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신 감독의 간절함은 통했다. 2015 자선골프 대회는 신 감독의 무대였다. 81타를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결과, 70.4타를 기록해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이흥실 안산 감독(70.8타)과 3위 서정원 수원 감독(71.2타)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

수상 소감은 축구로 다시 돌아왔다. 최근 A대표팀 코치에서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보직을 변경한 그는 "호주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못하고 준우승에 그쳐 아쉬웠지만 뜻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아시안컵에서 수고했다고 주는 상같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을 꼭 통과해 2016년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골프대회는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고 하나은행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후원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아시안컵에 이어 올해 6월에는 여자월드컵이 있고 8월에는 동아시아대회가 있다. 동아시아대회가 중국에서는 열리는 데 평균 5만 관중을 동원한다고 하고, 대표팀도 정예멤버를 동원한다고 하더라. 아시아 축구 흥행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 만큼 K리그 활성화를 위해 더 노력 하겠다. K리그가 살아야 한국 축구가 산다. 관중 증가와 즐거운 축구를 만들기 위해 프로연맹과 협조해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00여명이 참가한 자선 골프대회 참가비는 전액 축구발전기금으로 뜻깊게 쓰여진다. 화합과 온정이 물결치는 정이 넘치는 무대였다. 용인=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