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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한국판 '색계' 될까?

영화 '순수의 시대'는 한국판 '색계'가 될 수 있을까.

'순수의 시대'는 조선 건국 7년 왕자의 난이 일어나기까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 사랑의 열망에 사로잡힌 이들의 이야기를 크게 부각시켜서 기존과는 조금 다른 사극을 그려냈다. 그 열망을 담아낸 수위 높은 정사신 때문에 일찌감치 한국판 '색계'라 불리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24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순수의 시대' 시사회에서 안상훈 감독은 "기록에 남은 영웅이나 천재 중심의 스토리가 아니라 기록에서 사라진 개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려 했다"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안 감독은 "무장은 이름을 남기지만 군졸은 숫자에 불과해 사라지지 않나. 우리 영화는 기존 화법이나 스토리와는 다른 방향성을 갖고 출발했다. 그래서 역사에는 남아 있지 않은 인물들, 그리고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감정이 발전하는 과정과 이들이 한 시대에 장기말처럼 던져져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신하균은 정도전의 사위이자 강직한 무장인 김민재 역을 맡아 데뷔 후 첫 사극에 도전했다. 장혁은 아버지 이성계를 도와 조선건국에 힘썼으나 세자 책봉에서 제외된 이방원의 야망을 그려냈고, 김민재의 아들이자 왕의 사위인 진 역할은 강하늘이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 세 남자와 얽혀 비극적 운명에 복수하려는 여자 가희 역에 신예 강한나가 발탁돼 열연을 펼쳤다.

세 남자배우와 정사신을 소화해야 했던 강한나는 "민재와 있을 때는 증오심과 애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반면 이방원(장혁)이나 진(강하늘)과 있을 때는 가희가 원래 가지고 있던 내면의 상처와 복수심에 의한 계략을 보여줘야 해서 조금 더 강하고 독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신하균은 "영화 끝날 때쯤 민재의 답답하고 안쓰러운 상황 속에 사랑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촉촉하게 젖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고, 장혁은 "광해군이나 연산군처럼 굳어진 이미지를 가진 이방원이란 인물을 좀 더 감성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순수의 시대'는 인물들의 감정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영상미와 소품에도 남다른 공을 들였다. 안 감독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조선의 이미지는 후기 시대의 모습이더라"며 "실제 조선 초기와 흡사하게 그려내고 싶어서 옷의 질감이나 밤의 어두움, 빛의 밝기 등을 당시 시대 상황에 맞게 비주얼적으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남자들의 귀걸이와 장신구 등 색다른 장면들도 비춰지는데, 안 감독은 이에 대해 "성종 실력에도 남자들의 귀걸이 풍습이 나와 있고 임진왜란 때도 남자들이 장신구를 했다는 기록 등이 남아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했다.

'순수의 시대'는 오는 3월 5일 개봉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