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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의 속옷차림, 아카데미 시상식 권위 망쳤나

23일 오전 (한국시각)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의 MC를 맡은 닐 패트릭 해리스는 2부가 시작될 때 깜짝쇼를 펼쳤다. 하얀색 팬티만을 걸친 채 무대에 등장한 것. 화면 속에서 등장할 때는 '그러려니'했던 톱스타 관객들도 해리스가 실제 무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자 "와우!"를 연발하며 놀랐다. 우리나라 영화 시상식에서 이같은 퍼포먼스를 했다면 '방송사고'로 평가받았을 만하다. '시상식의 격이 떨어졌다'고 네티즌들의 맹폭에 시달렸을 것이고 심한 경우 방송이 중단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누구도 '오스카'나 속옷 차림으로 등장한 해리스를 비난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박수를 보냈다. '오스카'만의 권위를 믿기 때문이다. 사실 이 퍼포먼스는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버드맨'의 한 장면을 패러디 한 것이었다.

이날 '오스카'는 큰 이변없이 무난하게 치러졌다. 가장 큰 이변이라면 많은 수상이 예상됐던 '보이후드'가 여우조연상 단 한 부문만 수상하는데 그친 것이다. 대신 '버드맨'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사이좋게 4개 부문씩을 나눠가졌다. 눈에 띄는 점은 수상자 뿐만 아니라 노미네이트된 배우들이 대부분 시상식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수상자가 결정된 후 나머지 후보들도 수상자에게 아낌없는 축하 박수를 보냈다. 상을 받기 위해 시상식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 미국 영화인의 최대 축제인 '오스카'를 즐기기 위해 참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찌보면 수상자보다 시상자들의 면면이 더 화려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스칼렛 요한슨, 나오미 왓츠, 채닝 테이텀, 드웨인 존슨, 제니퍼 로페스, 조 샐다나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전세계 영화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런 상황이니 영화팬들에게 '오스카'는 놓칠 수 없는 이벤트다.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할리우드의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고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같은 관심은 그대로 할리우드 영화산업으로 이어진다.

이쯤에서 지난 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김희애가 떠오른다. 21년 만에 스크린 컴백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 호연을 펼치며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김희애는 충분히 수상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희애는 시상식 전 소속사를 통해 "오랜만에 영화 시상식에 참석하게 돼 기쁘다. 상을 받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영화 축제를 즐기고 싶다"고 전해왔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여우주연상에 "천우희"가 호명되자 가장 기뻐한 사람 역시 김희애였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