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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가족' 같았던 넥센과 이별하던 날

이제 진짜 이별이다. 강정호가 애리조나의 넥센 히어로즈 캠프를 떠나 '해적선'에 승선하기 위해 플로리다로 향한다. 훈훈한 환송회도 열렸다.

강정호는 5일(이하 한국시각) 넥센 선수들과 마지막으로 훈련을 가졌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을 마치자마자 애리조나에 차려진 넥센 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든지도 벌써 20일이 다 됐다.

친정인 넥센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준비하는 강정호를 위해 합동훈련을 허락했다. 염경엽 감독은 직접 강정호에게 낯선 2루 수비를 지도했다.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는 평소처럼 강정호의 몸상태를 체크해 훈련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강정호는 여전히 '16번 강정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평소처럼 구슬땀을 흘렸다.

성공적인 빅리그 데뷔를 위해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강정호를 도왔다. 비록 혼자 훈련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여전히 넥센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면서 '히어로즈'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강정호는 6일 혹은 7일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플로리다로 향한다. 5일 훈련을 마치면 넥센의 휴식일이라, 훈련 전 강정호의 환송회가 열렸다.

사실 강정호는 전날 넥센 야수들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조촐하게 작별 인사를 나눴다. 동료들은 외로운 타지 생활을 해야 하는 강정호를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비디오 게임기를 선물했다. 강정호도 고급 블루투스 스피커를 준비해 선수단에 선사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의 스피커가 낡아, 직접 'B사'의 고급 스피커를 구입해 선물한 것이다.

5일 훈련에 앞서 진행된 미팅에서도 강정호를 위한 시간이 마련됐다. 주장 이택근은 "오늘 정호가 마지막 훈련이다. 이제 정호가 빨리 돌아오면 안 좋은 것이니,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멋있게 봤으면 좋겠다"며 강정호를 가운데에 세웠다.

이때 문성현이 준비된 질문을 했다. "강정호에게 넥센이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강정호는 "정말 가족 같은 존재인데 떠나게 되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후 선수들의 릴레이 질문이 이어졌다. 문우람이 "문우람에게 강정호란?"이란 말을 시작으로, 대답할 새도 없이 한현희 조상우가 같은 질문을 했다. 질문을 한 선수들은 질문을 하자마자 강정호의 별명인 "리카?"라고 했고, 이후 선수단이 다 함께 "리카!"를 외치며 강정호의 응원가를 스피커로 틀었다.

선수들은 "날려라 날려버려, 강정호! 리카! 리카!"를 연호했고, 미리 준비한 케이크를 들고 나왔다. 새 등번호인 '27' 모양의 초가 꽂힌 케이크였다. 촛불을 불고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한 강정호는 끝내 케이크를 얼굴에 맞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2006년 현대에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지명돼 9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뛰어온 강정호는 가족 같았던 동료들이 준비한 이벤트에 울컥했다. 그리고 "행복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젠 정말 피츠버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