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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샌디에이고 선발진 진입 가능한가?

포스팅 금액 200만달러(약 22억원), 하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

김광현이 기대를 밑도는 포스팅 금액에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게 됐다. SK 와이번스는 12일 김광현의 포스팅 응찰액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 통보했고, MLB 커미셔너가 해당 구단에 응찰액 수용을 통보한 날부터 30일간 해당 구단과 김광현의 독점 협상이 진행된다.

김광현에게 200만달러를 베팅한 구단은 현지 언론에 의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밝혀졌다.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샌디에이고는 스몰마켓 팀 중 하나다.

200만달러는 한국과 일본의 포스팅 역사상 큰 금액은 아니다. 확실한 선발요원보다는 불펜도 가능한 '보험용 카드'의 성격이 짙다. 만약 김광현을 순수 불펜투수로 봤다면, 이 금액 역시 크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LA 다저스의 스카우팅 디렉터였던 로건 화이트를 영입했다. 화이트는 현재 다저스의 주축 선수들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직접 지명한 것은 물론, 류현진이나 야시엘 푸이그 등 해외 선수 영입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 2008년 구로다 히로키 때부터 화이트의 눈은 해외 시장으로 향해 있었다.

화이트가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지 2주 가량 지났지만, 김광현의 포스팅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에서 오랜 시간 해외 선수들을 관찰해왔기에 김광현에 대한 베팅이 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김광현의 포스팅 시점은 좋지 못했다. 일본프로야구의 두 거물, 마에다 겐타(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가네코 치히로(오릭스 버팔로스)가 포스팅 신청을 준비중이다. 지난해부터 미국과 일본의 포스팅 시스템 개정으로 인해 일본 선수들의 포스팅에 2000만달러(약 220억원)의 상한선이 생기면서 구단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김광현으로서는 둘의 행선지가 정해지고 난 뒤에 다른 구단을 노리는 게 나았을 수 있다.

어쨌든 샌디에이고는 김광현에게 200만달러,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연봉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샌디에이고 선발진에 좌완은 없다. 추가 영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김광현에게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기는 셈이다.

샌디에이고는 시즌이 끝난 뒤, 유일한 왼손 선발요원 에릭 스털츠를 방출시켰다.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32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8승17패 평균자책점 4.30으로 부진했다. 특히 35세의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모두 우완이다. 나란히 13승을 올린 이안 케네디(33경기 13승13패 평균자책점 3.63)와 타이슨 로스(31경기 13승14패 평균자책점 2.81)가 원투펀치로 자리를 잡았다. 앤드류 캐시너와 오드리사메르 데스파이네, 제시 한이 뒤를 받친다.

좌완을 찾자면, 올시즌 13경기(11경기 선발)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4.99를 기록한 로비 얼린 정도가 선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고만고만한 선발투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김광현에게 기회가 올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또한 불펜에는 알렉스 토레스(70경기 2승1패 7홀드 평균자책점 3.33)라는 확실한 왼손 계투요원이 있으나, 좌완이 풍족한 편은 아니다. 불펜으로 출발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샌디에이고에는 기회가 있다. 적은 포스팅 금액으로 출발부터 험난해졌지만, 오히려 김광현이 강조한 '도전'에는 더욱 어울리는 환경일지도 모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