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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서 아버지 유언 지킨 고등학생 레슬러 이야기

"약속대로 금메달을 땄으니 좋은데 가셨으면 좋겠다."

전국체전에서 14년만에 제주에 고등부 레슬링 금메달을 안긴 고운정(18·남녕고)은 눈물을 머금고 경기에 나섰다. 1일, 아버지의 발인을 지키지 못한채 계체량에 참가해야 했다. 하루 뒤인 2일에 열린 전국체전 레슬링 남자 고등부 그레코로만형 76㎏급에서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고운정은 결승에서 부산 대표로 나선 오시영(부산체고)의 실격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에 충격은 컸다. 평소 고혈압이 있던 아버지는 지난달 말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대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전해진 비보에 고운정은 출전을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병상에 있던 아버지가 "꼭 금메달을 따라"며 자신의 등을 떠밀던 모습이 생각났다. 결국 고운정은 낮에는 체중 감량 및 훈련에 집중하고 저녁에는 아버지의 병간호를 했다. 그렇게 대회를 준비하던 중 아버지는 지난달 28일 심정지로 아들과 이별을 했다.

빈소를 지키며 훈련을 강행한 고운정은 육체와 정신이 온전치 않음에도 아버지를 생각하며 유언을 지킬 수 있었다.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3일 아버지를 모신 제주의 가족묘를 찾았다. 그는 금메달과 함께 아버지에게 인사를 올렸다. "약속대로 금메달 땄어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고운정은 슬픔을 지우고 다시 매트 위에서 땀을 흘릴 예정이다. 국가대표가 되길 바라던 아버지를 위해 다시 뛴다. 2015년 경남대에 입학할 예정인 고운정은 "대학교에서 입상하고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꼭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