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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체전]'리듬체조 맏언니'김윤희의 아름다운 금빛 마무리

'리듬체조 에이스' 김윤희(23·인천시청)가 제주체전에서 금빛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윤희는 1일 제주 제일고등학교에서 펼쳐진 리듬체조 대학일반부 결선에서 후프(13.950점), 볼(16.400점), 곤봉(16.300점), 리본(16.300점) 4종목 합계 62.95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인천전국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손연재(20·연세대)가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김윤희가 2011년, 2012년에 이어 대학일반부 1위에 올랐다. 인천아시안게임 팀경기 은메달리스트 이다애(세종대)가 총점 60.000점으로 2위에 올랐고, 이수린(이화여대)이 총점 54.300점으로 3위에 올랐다.

마지막 곤봉 연기를 마친 직후 김윤희는 정든 매트 위에 얼굴을 묻었다. '선배' 신수지, '후배' 손연재의 틈바구니에서 '2인자' 김윤희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뜨겁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길을 또박또박 걸었다. 지난해말 인천시청 유니폼을 입으며, 리듬체조선수로는 처음으로 실업행 길을 열었다. 인천아시안게임 메달을 목표로 러시아 자비 훈련을 자청했다. 지난 10월 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서, 팀경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리듬체조 사상 첫 은메달은 '세계 톱5' 손연재의 18점대 선전과 함께 '넘버2'이자 맏언니인 김윤희의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은메달 직후 "내가 혹시 후배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오른무릎, 발목 인대 파열 등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꿈을 향해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제주 전국체전을 17년 리듬체조 인생을 마무리하는 무대로 삼았다. 이날 초반 후프에서 두차례 수구를 놓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13점대에 머물렀지만 이후 볼, 곤봉, 리본에서 16점대 점수를 찍었다. 마지막 곤봉 연기 직후 누구보다 오래, 누구보다 묵묵히 리듬체조를 지켜온 한 선수를 향해 뜨거운 갈채가 쏟아졌다. 김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다사다난했던 리듬체조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시상식 직후 김윤희의 마지막 무대를 기념하기 위해 대한체조협회가 꽃다발 증정식을 가졌다. 가장 오래, 최선을 다해 리듬체조 현역으로 달려온 선수의 투혼과 열정을 치하했다. 김윤희가 또다시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후배들이 '맏언니' 김윤희를 둘러싸고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윤희의 시작과 끝을 함께 지킨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경기위원장, 김수희 기술위원장, 서혜정 기술부위원장. 김지희 전 대표팀 코치, 차상은 MBC해설위원 등 스승들도 따뜻한 포옹으로 애제자의 은퇴 무대를 축복했다.

한편 이날 이나경 천송이 김한솔 등 차세대 에이스들이 총출동한 고등부 경기에서는 인천아시안게임 '막내' 은메달리스트 이나경(세종고)가 총점 57.150점으로 1위에 올랐다. 천송이가 56.750점으로 2위, 김한솔이 53.950점으로 3위에 올랐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