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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스,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독립리그 챔피언

타이탄스가 '아이스하키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며 한국독립아이스하키리그(KIHL) 창단 첫 해 패권을 차지했다.

타이탄스는 4일 제니스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 에어캐나다 한국독립아이스하키리그 결승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히든 플레이어 강다니엘이 4골-3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을 앞세워 정규리그 우승팀인 인빅투스 블레이저스를 9대1로 대파, 통합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앞서 열린 결승리그에서 각각 1승1패를 기록하며 승부를 마지막까지 끌고 간 양 팀은 승부의 향방을 가릴 최후의 60분이 시작됨과 동시에 속도를 올리며 상대를 압박해 나갔다. 타이탄스는 먼저 열린 2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패트릭 디난이 복귀했고, 지난 경기 인빅투스 블레이저스가 그랬던 것처럼 선수단을 재정비하며 우승컵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1피리어드는 시소게임이었다. 공방을 주고받던 중 타이탄스가 포문을 열었고, 이에 질세라 1피리어드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인빅투스 블레이저스도 이봉진의 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2피리어드에 들어서면서 타이탄스의 집중공격이 시작됐다. 1피리어드와 마찬가지로 채 3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파워플레이 골이 터져 나왔고 이는 타이탄스의 소나기골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됐다. 이후 타이탄스는 17초 사이에 연속 2골을 넣으며 인빅투스 블레이저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타이탄스는 3피리어드에도 3골을 추가하며 첫 우승컵의 주인이 됐다.

집중력의 차이가 승부의 향방을 갈랐다. 타이탄스는 패스미스로 상대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내준 상황에서도 수비수들이 당황하지 않고 몸으로 슈팅을 막아낸 뒤 흐른 퍽을 공격진영으로 보내 골로 연결하는 등 자신의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타이탄스가 이 경기에서 기록한 9골이 전부 한국인 선수에게서 나왔다는 점이다.

'한국인 선수'는 타이탄스가 독립리그 최하위 동네북에서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큰 원동력이 됐다. 독립리그 개막과 함께 출범한 타이탄스는 골리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캐나다와 미국 출신의 선수로 이뤄져 있었다. 체력적인 문제 등으로 시즌 초반 쉽게 승수를 올리지 못했지만, 리그 중반에 들어서면서 골리 용현호, 수비수 고현빈, 공격수 이성준 등 각 포지션마다 무게감 있는 국내 선수들이 영입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세 한국인 선수에 더해진 히든 플레이어 강다니엘과 용현종 또한 지난해 웨이브즈 소속으로 국내 가을 리그에 출전하며 얻었던 경험을 살려 팀의 우승을 주도했다.

정규리그 우승팀인 인빅투스 블레이저스는 정규리그 동안 팀 공격을 주도했던 강경훈, 김근호, 김규헌 등이 부상과 개인 사정 등으로 팀에서 이탈했고 결승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황경필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공격에 힘을 싣지 못했다. 또한, 2피리어드 초반 내리 3골을 허용하면서 집중력이 무너진 것 또한 패배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날 시구에는 독립리그의 첫 후원사인 캐나다 비타민 오로니아 최석철 대표의 시구로 시작됐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운영된 타이탄스 팬 버스는 평소 타이탄스의 열혈 팬을 자처하며 열띤 응원을 펼친 팬들을 제니스 아이스링크로 이끌었고, 이에 질세라 인빅투스 블레이저스를 응원하는 팬들까지 합세해 제니스 아이스링크를 뜨거운 함성으로 들썩이게 만들었다.

많은 팬들의 격려와 응원 속에 우승컵을 차지한 타이탄스는 경기 종료 부저와 동시에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고, 우승컵 수여 후에는 관중석에서 팬이 우승컵에 부어준 맥주를 마시는 등 첫 우승을 만끽했다.

경기 최우수 선수에는 4골-3도움을 올리며 절정의 기량을 자랑한 강다니엘에게 돌아갔다. 지난 해 웨이브즈에 입단해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그는 프로 무대 진출을 위해 팀 내 다른 어떤 선수보다도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11월 아시아리그 대명상무 테스트를 앞둔 그에게 이번 기회는 프로 무대를 향한 마지막 도전과도 같다.

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한 강다니엘은 결승리그 3경기에서 6골-5도움으로 타이탄스 우승의 주역이 됐다. 경기 후 강다니엘은 "평소 하던 대로 하려고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결승리그 내내 히든플레이어로 뽑힌데 대한 감사와 기분 좋은 부담감이 있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보답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라고 전했다.

타이탄스의 우승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 독립리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와 함께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출전이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군인 팀인 대명상무를 포함해 남자 실업팀이 단 3개에 불과해 아이스하키 불모지로 여겨진 한국 아이스하키의 근간을 다잡기 위해 창설됐다.

늦은 경기 시간과 스폰서 확보 등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지난 5월에는 처음으로 팀에 네이밍 스폰서가 붙으며 인빅투스 블레이저스가 탄생했고, 매 경기 링크를 찾는 골수팬이 생겼을 정도로 아이스하키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KIHL 김홍일 대표는 "타이탄스가 결승리그에서 보여준 팀워크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승리를 위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느꼈다"며 "유소년 시절부터 매년 수십 경기씩 뛰며 몸으로 익힌 아이스하키가 무엇인지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타이탄스의 우승에 대해 평가했다.

이어 "아직 시상식이 남았고 2014시즌 독립리그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벌써 내년 시즌이 기대되고 설렌다. 독립리그 첫 슬로건인 'HOCKEY IS GAME'처럼 독립리그를 지탱해준 선수, 운영진과 함께 항상 아이스하키를 즐기며 그 어떤 이유로도 한국독립아이스하키리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독립아이스하키리그는 오는 10일 제니스 아이스링크에서 시상식을 갖고 17일부터 국내 가을 리그 출전에 대비, 웨이브즈와 독립리그 연합팀의 경기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