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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검증받길 원했던 이광종 감독 리더십 'A+'

많은 고비를 넘었다.

이제서야 하는 얘기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사령탑 선임 때부터 이광종 감독에 대한 축구협회의 평가는 '반신반의'였다. 지난해 20세 이하 터키 청소년월드컵에서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과 부상으로 인한 주축 선수의 이탈 등 어려움 속에서도 2009년 대회 이후 4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렸지만, 이 감독에게 아시안게임대표팀 지휘봉을 맡기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였다. 2000년 축구협회 유소년시스템 출범과 함께 1기 유소년 전임지도자로만 10년 이상 활동했을 뿐 성인팀 지도 경력이 전무했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은 메달색도 중요했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대표팀과 연속성을 가지게 된다. 아시안게임은 올림픽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무대였다. 이 감독은 당시 이름값있는 지도자와 경쟁해야 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과 신태용 전 성남 감독이었다. 마음고생 끝에 지휘봉을 잡았다. 협회는 연령별대표팀을 거치면서 젊은 유망주를 잘 알고 있는 이 감독을 택했다.

사실 계약기간도 자존심이 상했다. 리우올림픽까지 임기를 보장받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10월까지였다. 11개월의 짧은 임기였다. 금메달없이는 올림픽도 꿈꿀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 부담감을 스스로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검증 받기를 원했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고비는 부족한 훈련시간이었다. 아시안게임 첫 경기의 2주 전 소집으로 발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이 감독은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와 만나 1주일의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실에 부딪혔다. 결국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 구성에서도 계획이 틀어졌다. 자신이 구상한 선수들을 데리고 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없었다. 연령대 대표였던 손흥민(22·레버쿠젠)의 차출이 끝내 불발됐다. 레버쿠젠 측에 두 차례 차출을 위한 공문을 발송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명주(24·알아인)의 와일드카드 발탁도 벽에 막혔다.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보강을 해야 할 다른 포지션이 많았기 때문에 손흥민과 이명주의 공백은 더없이 아쉬웠다.

특히 이 감독이 대회 전 가장 경계한 것은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최종 엔트리에 발탁한 20명의 리틀 태극전사들은 모두 미필자였다. 병역 특례 혜택은 금메달을 위한 최고의 동기부여인 동시에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이 감독이 내놓은 답은 '희생'이었다. 그는 지난달 1일 소집 당시 "대표팀에 뽑히면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해야 한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뚜껑이 열렸다. 심적 부담이 컸다.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라오스, 홍콩을 잇따라 격파했음에도 골결정력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터닝포인트는 일본과의 8강전이었다. 비난 여론이 돌아섰다. 팬들은 '숙적' 일본에 맞춤형 전술로 팀을 4강으로 이끈 이 감독의 리더십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연령대의 대표팀을 이끌며 10차례 한-일전을 무패(8승2무)로 장식했다. 이 감독이 '축구 이순신'으로 자리매김한 순간이었다.

태국과의 4강전에서도 이 감독의 승부수가 빛났다. 사우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부상 한 '고공 폭격기' 김신욱(울산)을 아꼈다. "4강전에선 김신욱을 투입할 시간이 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상대에게 부담감을 주려는 일종의 심리적 연막이었던 것이다.

이 감독은 2일 마지막 평가를 받았다. 북한과의 결승전이었다. 결과는 환희로 마무리됐다. 우승 후보로 꼽힌 북한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직접 지도했던 선수들과 함께 일군 금메달이라 더 값졌다. 스스로 검증을 받길 원했던 '도전자' 이 감독의 아시안게임 성적표는 'A+'였다. 리우올림픽대표팀 사령탑도 이 감독이 맡는 것이 순리다.

인천=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