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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푼 포항, 외인 FW 모리츠 영입 뒷이야기

포항의 빗장이 2년 만에 풀렸다.

브라질 출신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했다. 포항은 29일 외국인 공격수 안드레 모리츠(28)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내년 시즌부터 2년이다. 프로축구 선수등록 기간이 끝나 올 시즌에는 활약할 수 없다. 모리츠는 브라질에서 신변을 정리하고 12월에 입국, 포항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사실 포항은 지난해부터 선수 영입을 위해 꾸준히 물밑작업을 벌여왔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포항은 K-리그 클래식 정상권이다. 선수단의 면면과 비교해 전력에 플러스가 될 만한 선수를 쉽게 찾기 어려웠다. 높은 이적료도 문제였다. 포항은 올 초까지만 해도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앞서 누적된 적자, 클래식 14팀 중 4위에 달하는 평균연봉이 문제였다. 모기업 포스코로부터 지원받는 금액 외에 장성환 포항 사장과 구단 관계자들이 발로 뛰면서 끌어 모은 금액으로도 메우기가 힘들었다. 유스 시스템 기반으로 꾸준히 1군 무대에 올라오는 어린 선수, 기존 자원을 지키기 위해 노병준(35) 박성호(32) 황진성(30) 등 오랜기간 팀을 위해 헌신해온 고참 선수들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이명주(24)를 프로축구 사상 최고 이적료(50억원)에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으로 이적시키면서 겨우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선수를 찾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국내 선수들의 몸값을 감당하기는 여전히 벅찼다.

해외로 눈을 돌렸다. 발상의 전환을 했다. 국내 에이전트를 거치지 않고 '직구(직접구매)'를 하기로 했다. 선수들의 활약 영상을 받아 기량을 확인한 뒤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영입리스트를 짰다. 브라질 1부 인테르나시오날을 비롯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볼턴에서 활약했던 모리츠는 1순위 였다. 그러나 한 가지 과제가 남아 있었다. '융화'다. 포항이 빗장을 잠근 결정적 배경이다. 포항은 지난 2012년 지쿠, 아사모아를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훌륭한 기량과 커리어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불성실한 태도로 훈련장에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도 무색무취였다. 황 감독과 장 사장은 '이래선 국내 선수들보다 나을 게 없다'는 판단 속에 이들을 과감히 내쳤다. 2년 전의 아픈 기억이 모리츠 영입을 주춤하게 했다.

포항은 모리츠에게 조심스럽게 입국을 권유했다. '너의 기량은 인정하지만 구단이나 선수 모두 서로를 아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정중히 제의했다. 모리츠는 혼쾌히 수락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EPL) 애스턴빌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상황임에도 기꺼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큰 물'의 갈증이 한국행을 결심한 원동력이었다. 모리츠는 우수한 커리어에도 리그 우승이나 대륙간 대회 출전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옛 동료 이청용을 통해 포항이 K-리그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매년 나서는 명문이라는 점을 확인하자 긍정적으로 포항행을 고민했다. 포항에 도착한 뒤에는 송라클럽하우스와 스틸야드 등을 둘러본 것 뿐만 아니라 실제로 팀 훈련에 참가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모리츠를 실제로 보기 전까지만 해도 냉담했다. "일단 지켜보지만 영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시즌 종료 후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충분히 선수들을 둘러볼 수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았다. 3일 간의 팀 훈련을 냉정하게 지켜보기로 했다. 결론은 OK였다. 불확실한 미래에도 기꺼이 포항행을 택한 진정성, 스스럼없이 동료들과 어울리는 정중한 인성을 높게 샀다. 동료들도 인정했다. 부주장 김태수는 "같이 훈련을 해보니 모리츠가 굉장히 성격이 밝고 잘 어울린다. 한국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더라. 앞으로 우리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 사장도 곧바로 화답했다. 특유의 불도저 추진력으로 계약을 일사천리로 완료했다. '철저히 검증만 되고 팀에 도움이 되는 자원이라면 누구든 영입할 수 있다'던 그간의 원칙을 지켰다.

모리츠는 연말부터 입국해 내년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팀에 빨리 적응하고 싶다'는 본인의 바람과 '일찌감치 시즌을 준비하는 게 낫다'는 구단의 입장이 맞아 떨어졌다. 황 감독은 "조금이나마 고민이 풀리게 되어 다행"이라며 "앞으로 모리츠가 팀에 잘 녹아들어 좋은 기량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