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홍콩전]'부진' 이용재, 김신욱 '특급조언'으로 거듭났다

25일 고양종합운동장. 홍콩과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16강전을 앞두고 두 킬러가 그라운드에 나란히 섰다. 손짓, 발짓을 섞으며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광종호의 공격수 이용재(23·나가사키)와 김신욱(26·울산)이었다.

지난 2경기에서의 부진을 떨쳐 버리기 위한 이용재의 몸부림이었다.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 등 굵직한 무대를 거친 선배 김신욱이 손을 내밀었다.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그라운드에서 후배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용재에 대한 조언으로 대신했다.

이용재는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주목받던 인재였다. 포철공고 시절이던 2007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그램 5기생으로 발탁되어 왓포드(잉글랜드) 유학길에 올랐다. 15세, 17세, 20세 이하 대표선수로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았다. 프랑스 리그1(1부리그) 낭트에 입단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2011년 콜롬비아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무대도 밟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프랑스 3부 레드스타로 이적했던 이용재는 6개월 만인 지난 2월 일본 J2(2부리그) 하위권인 V-바렌 나가사키 유니폼을 입으며 와신상담했다. 올 시즌 리그 8경기에 나서 2골을 넣으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광종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공격진의 마지막 퍼즐로 이용재를 낙점했다.

28년 만의 금사냥은 시련이었다. 마음고생이 엄청났다. 이광종호 공격 부진의 책임을 홀로 떠안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김신욱과 윤일록(22·서울)이 잇달아 부상하자 대체자원으로 급히 투입됐다. 하지만 사우디 수비진에 막혀 아무런 활약도 보여주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라오스전은 악몽이었다. 원톱으로 낙점받아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그러나 단 3개의 슈팅, 무득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비난의 화살이 이용재를 향했다.

김신욱의 '특급조언'이 이용재를 춤추게 했다. 이용재는 홍콩전에 선발로 나서 0-0 동점이던 후반 13분 오른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이재성(22·전북)이 아크 오른쪽에서 낮게 올린 크로스를 김영욱(23·전남)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가슴으로 떨궈주자 쇄도하며 그대로 오른발슛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3경기, 200분 간의 바람이 현실이 됐다.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하던 곧 벤치로 달려가 흐뭇한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던 선배 김신욱의 품에 안겼다.

이용재의 활약으로 일본과의 8강전을 앞둔 이광종호의 부담감은 크게 줄어들었다. 김신욱이 8강전 출전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용재가 홍콩전까지 침묵했다면 원톱 난맥상을 뚫기 힘들었다. 이용재가 홍콩전에서 감을 잡은 게 이 감독 입장에선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용재는 이번 대회에 나선 일본을 가장 잘 아는 선수다. 일본은 21세 이하 국내파 주축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J2 소속의 주전 대부분이 이용재의 리그 맞상대다. 일본 무대에서 칼을 갈아온 이용재에게 '극일의 선봉장'이라는 중책을 혼쾌히 맡길 만하다.

고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