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다.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선두 경쟁이 뜨겁다. 1위 전북은 승점 41, 2위 포항은 승점 40이다. 4월 중순부터 99일 간 포항 천하였다. 하지만 전북의 상승세가 결국 포항을 넘었다. 명암이 엇갈린 뒤 1주일, 2경기가 흘렀다. 1점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점수는 살얼음판 접전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현재스코어' 강자는 전북이다.
▶물오른 전북, 불안한 포항
전북은 '물 만난 고기'다. 주포 이동국의 부재 속에 치른 9일 성남전에서 위력이 그대로 드러났다. 카이오, 한교원, 이상협을 앞세워 3골을 뽑아냈다. 내용 면에선 접전이었지만, '넣어야 할 순간'에는 가차없이 불을 뿜었다. 잘 나가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상승세의 비결을 분위기와 체력에서 찾고 있다. 이기는 데 익숙한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본능이 살아났다. 승수가 쌓이며 선수들의 자신감도 동반상승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중도 탈락은 리그 운영에 호재가 됐다. 체력 걱정을 덜었다. 월드컵 휴식기 동안 실시한 전남 목포 전지훈련에서 기존 전력과 이적생의 완벽한 조합을 이뤄냈다.
포항도 연승 중이다. 그런데 불안하다. 지난 주 수원 원정에서 1대4 대패를 당했다. 포항이 4실점을 하면서 패한 것은 2010년 7월 17일 부산전 이후 4년 만이다. 수원전 패배로 전북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포항도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연패를 허용치 않는 집중력을 발휘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성남 상주를 상대로 무실점 연승을 하면서 전북을 뒤쫓고 있다. 고무열 김태수 등 부상자들의 복귀도 빈약한 스쿼드에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되찾은 절대1강 면모, 디펜딩챔프의 균열
전북의 대표브랜드 '닥공(닥치고 공격)'은 업그레이드 됐다. 9골 이동국이 여전히 중심이다. 여기에 한교원(7골) 카이오(6골) 이재성(4골) 등 '주연급 조연'들의 활약이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1.60골이었던 평균 득점은 1,80골까지 상승했다. 수비도 올해 본궤도에 올랐다. 김기희-윌킨슨-정인환으로 이어지는 중앙 수비 조합은 경기당 평균 0.65골을 내줬을 뿐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까지 얻었다. 지금의 전북은 고른 득점 분포, 견고한 수비, 두터운 스쿼드 등 흠 잡을 곳이 없는 '절대 1강'이다.
'디펜딩챔피언' 포항의 조직력은 여전하다. 톱니바퀴 굴러가듯 전개되는 패스 플레이와 제로톱, 역습 능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6월 이명주가 팀을 떠나면서 균열이 생겼다. 이명주 이적 뒤 김승대가 주춤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끊이지 않는 부상 문제는 올 시즌에도 엷은 스쿼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임대생 강수일의 활약과 2009년 ACL 우승 주역 김형일의 부활 등 호재도 있다. 경기당 평균 1.70골의 공격력, 6경기 연속 무실점 중인 골키퍼 신화용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베스트11의 뒤를 받쳐줄 만한 대안이 없다.
▶거침없는 전북, 포항은 살얼음판
황선홍 포항 감독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는 말을 되뇌이고 있다. 그동안 체력, 스피드 강화 및 변화의 최소화에 역점을 두면서 시즌을 치러왔다. 외국인 선수, 백업의 부재라는 약점을 감추기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주전 공백이 생기면 이를 막을 만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한폭탄 스쿼드라는 말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 현 시점 최대의 적은 피로누적과 부상이다. 클래식 정상에 선 지난 시즌에도 7월 중순부터 9월 초반까지 비슷한 문제로 흔들렸다. 올 시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ACL 변수까지 추가됐다. 지난 시즌과 같은 집중력을 쉽게 발휘할 수 있을 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박상경, 하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