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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 좋은 남편.. 그리고 좋은 배우 지성(인터뷰)

혈연은 선택이 아니다. 주어지는 것이다. 배우자나 친구는 다르다. 선택하는 것이다.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관계'에서 나온다. 누구나 소망한다. 평생을 살면서 좋은 친구, 좋은 배우자를 만나길…. 하지만 본인이 먼저 좋은 친구, 좋은 배우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달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좋은친구들'은 이런 의문을 던진다. 부모 살해 용의자가 친한 친구라는 사실. 외면하고픈 진실을 파헤쳐가면서 마지막까지 친구의 진심을 듣고 싶은 남자 현태. 지성은 그를 연기했다.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지만, 매우 침착하다. 소란스러운 사건 안팎에서도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모습은 어떤 면에서 답답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144분 러닝타임 끝자락에 던지는 서늘함에서 빛난다. 분노와 응징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사람에 대한 진심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일 아닐까. 이유가 궁금하고, 친구여서 고민하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기다리는 현태의 모습. 어쩐지 있을 법하다. 그를 연기한 지성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발산'보다는 '절제'가 필요한 캐릭터였다."

"분명 현태 캐릭터는 답답할 정도로 절제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을 놓고 봤을 때 이같은 답답함은 필요한 요소다. 연기하면서도 스스로 답답하고, 더 발산하는 연기를 하고 싶기도 했지만, 분명 영화적 캐릭터는 연기된 현태의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사실 배우에게 있어서 '발산'은 '절제'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목도 받는다. 조용히 제 할 일 하는 아이보다 떼 쓰고 우는 아이가 눈에 띄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지성은 작품의 조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걸까. 그는 영화 촬영을 마친뒤 지분률에 대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 영화를 통해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좋은친구들'에 있어서 튀지 않더라도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지성 영화네'라는 이런 이야기를 바라지 않는다. 배우들끼리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그런 연기를 원했다. 하하. 그런 측면에서 적당히 잘했다고 본다. 내 포지션에 내에서…."

지난해 지성은 많이 바빴다. 또 그만큼 행복했다. 그가 주연을 맡은 '비밀'의 흥행성적도, 연기력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신세대 스타 이민호와 김우빈을 앞세운 '상속자들'을 이겼을 정도니 말 다했다. 하지만 배우들은 이럴 때 어쩌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호평이 이어질 때 선택은 어렵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그만큼 정답 확률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좋은친구들'을 선택한 이유는 뻔한 느와르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 영화라면 으레 막 싸우고, 찌르고, 죽이고, 급박한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나. 그런 부분보다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곤 영화 '대부'를 보고 난 뒤 감동을 예를 들었다. "그런 영화 있지않나. 흥행도 중요하겠지만, 어느 날 있다보면 문득 보고 싶은 영화, 인생이 담긴 영화 말이다."

▶ "와이프라는 말, 참 좋다."

문득 아내 이보영은 이 영화를 좋아할 지 궁금했다. "전혀." 단호하다. "내 와이프는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고, 행복한 영화, 애니매이션 같은 장르를 좋아한다." 그래서 '좋은친구들'의 VIP 시사회에도 안불렀단다.

장르물인 '신의 선물-14일'에 출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보는 작품과 출연하는 작품은 다를 수 있지 않나. 배우니까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있다고 해서 출연작을 가릴 이유는 없다. 와이프나 나나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있다면 충분히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가'라고 질문이 가장 어렵다. 난 다 하고 싶다. 굳이 특정 역할을 가릴 필요가 있을까. 배우인데…"라며 재기있게 답했다.

이제 결혼 생활 1년도 안된 시점. 어쩜 저리 '와이프'란 말이 입에 착착 붙을 수 있을까. "하하, 와이프란 말 좋아한다. 오래 연애를 해서 그런가. 결혼을 하고 달라진 게 없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크게 다른 것은 없다. 결혼해서 싸운다는 말들 하는데, 결혼 전에도 싸웠다. 연애할 때 많이 싸워봐서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는 게 좀 많아진 것 같다."

달콤한 신혼 생활이 좋긴 한가보다. 시종일관 아내 이보영의 이야기에 싱글벙글이다. 지난해 연말 두 사람은 각각 KBS '비밀'과 SBS'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큰 상을 받았다. "그때 어머니가 와이프 상 받는 곳에 갔었다. 대상이라는 게 평생 한 번 받을까말까 한 큰 상인데, 모든 가족이 아내를 축하해주길 바랐다. 나도 없는데…." 지성의 배려가 느껴진다.

인터뷰를 마치고, 지성의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내 꿈은 좋은 배우다. '좋은'이란 말이 언젠가부터 너무 평범하게 들리는 것 같지만, 사실 '좋은'이란 말처럼 좋은 말이 또 있을까. 난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이 생각할 때 '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