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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붉은 함성, 대한민국을 단색으로 물들이다

여명이 걷히면서 시작된 홍명보호의 첫 경기.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 대열에는 스타와 일반인의 경계가 없었다. 채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 붉은 악마들과 함께 거리 응원전에 나선 스타들은 시민 응원단에 섞여 지구 반대편 브라질까지 응원의 함성이 들리도록 목이 쉬어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거리를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이 우렁찬 응원 구호와 함께 거세게 출렁였다.

18일 오전 7시(한국시각)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한국과 러시아의 첫 경기를 기다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은 2만 여명의 붉은 악마들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응원도구를 완벽히 갖춘 20대부터 돗자리와 '치맥'을 준비한 30대와 교복 차림의 10대 학생들, 한국팀 응원구호가 적힌 붉은 악마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도 여럿 눈에 띄었다. 전날 오후부터 광장에 자리잡기 시작한 시민들은 자정 무렵 이순신 동상 앞까지 진출했고 새벽 2~3시엔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마저 점령해 버렸다.

밤이 사라진 광화문 광장에는 열정이 들어찼다. 그 열기를 더 활활 지핀 것은 MBC '무한도전' 응원단이었다. 경기 시작을 두 시간 앞둔 새벽 5시 '무한도전'의 무대가 예고되자 '괴성'에 가까운 함성이 광장을 뒤덮었다.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 "유재석! 유재석! 손예진! 박명수!" 붉은 악마들이 '무한도전'을 격하게 반겼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유재석의 힘찬 인사와 함께 '무한도전' 응원단이 무대에 올랐다. 붉은색 한복 컨셉트의 단체 응원복 차림. 박술녀 한복 다자이너의 작품이다. 지난 15일 선발대로 브라질로 출국한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을 제외한 유재석, 박명수, 하하와 게스트 멤버인 손예진, 정일우, B1A4 바로, 애프터스쿨 리지, 지상렬이 함께했다.

응원단의 단장을 맡은 유재석은 "많은 분들의 함성과 열기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돼서 대한민국이 승리를 거두기를 바란다"면서 "저희가 이 마음을 모아서 응원을 하기 위해 나왔다"고 인사했다. 손예진이 자기 소개를 위해 마이크를 잡자 남성팬들의 굵직한 목소리가 광장을 뚫고 나와 손예진의 이름을 연호했다. 손예진은 "응원단에 합류하게 돼 감사하다"며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생긋 웃었다. 지상렬이 마이크를 건네받자 "우~" 하고 장난스럽게 야유를 보내던 남성팬들은 "브라질에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태극 전사들에게 기를 전달하자"는 지상렬의 외침에 '으리으리'한 "화이팅"으로 화답했다. 바로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응원하겠다"고 했고, 정일우는 "'무한도전'과 함께 해서 영광이다"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의 승리를 예감하며 3초간 함성을 지르자"는 하하의 말에 시민들은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승리의 시간이여, 우리에게로 오라!" 유재석의 구호에 맞춰 '무한도전' 응원단이 준비한 무대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응원구호인 "대~한민국"을 한 목소리로 외쳤고, 유재석은 "대한민국은 꼭 승리합니다", "다 같이 뛰어", "화이팅"을 외치며 응원을 리드했다. 응원곡 '승리의 시간'과 '빅토리송'에 맞춰 멤버들은 무대 구석구석을 누볐다. 흥겨운 멜로디와 희망적인 가사가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시민들은 응원 안무인 '콕콕댄스'를 따라 추면서 무대를 즐겼다.

'무한도전' 응원단은 마지막으로 "브라질을 붉게 물들이자"면서 '붉은 노을'을 선보였다. 시민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떼창'을 하며 하나로 어우러졌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지 '앙코르'를 외치며 응원단을 놓아주지 않았다. 유재석은 "죄송하다. 준비된 노래가 없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으니 양해해달라"면서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이날 '무한도전' 응원단 멤버들은 오전 4시부터 광화문 광장에 모여 1시간 가량 응원가와 안무를 맞춰보며 구슬땀을 흘렸다. 거리 응원전을 마친 후엔 서울 모처에 모여 TV로 경기를 봤다. '무한도전' 관계자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장소인데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응원을 마치고 떠나던 유재석은 취재진을 발견하고는 "어떻게 이른 시간에 왔느냐"면서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 무대에 오른 시간은 20여분 남짓이었지만 얼마나 힘을 쏟았는지 목소리가 잔뜩 쉬고 갈라져 있었다. 그 와중에 취재진에 섞여서 유재석의 손을 잡은 한 팬은 기쁨으로 격하게 환호했다. '유느님'의 위엄을 또 한번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유재석은 "브라질에 가서도 열심히 응원하고 돌아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유재석, 박명수, 하하, 손예진, 정일우 등 후발대 멤버들은 이날 오후 9시 30분 비행기로 브라질 현지 응원을 위해 출국했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눈코 뜰 새 없는 강행군. 그 뒤에는 또 다시 30시간에 가까운 장거리 비행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팀 선전을 기원하는 멤버들의 열정 앞에 피로는 이미 녹아 있었다.

무대 가장 앞자리에서 '무한도전' 응원단을 '응원'한 시민 안정의(21·여) 씨는 "오후 2시에 아르바이트를 가야 하지만 유재석과 '무한도전' 응원단을 보기 위해 지난 밤을 꼬박 새워 기다렸다"며 "브라질에 가서도 시차적응 잘하고 몸 조심하면서 우리들의 몫까지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광화문=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