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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리포트]빛의 도시 마이애미, 홍명보호 애프터스토리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

미국 플로리다주의 남단에 위치한 마이애미. 이곳 자동차 번호판 아래 적힌 문구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습기 넘치는 바람과 뜨거운 열기, 거리 곳곳에 펼쳐진 야자수, 끝없이 펼쳐진 마이애미비치의 자유분방한 연인들. 미국 젊은이들이 여름마다 마이애미에서 휴가를 즐기는 이유를 알 수 있는 풍경들이다.

홍명보호에게 마이애미의 낭만은 사치였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각) 마이애미 국제공항 도착 뒤 담금질에 열을 올렸다. 하루 두 차례 훈련을 진행하며 브라질월드컵 본선 성공 의지를 드러냈다. 세트피스 연마를 위해 이틀 간 비공개 훈련으로 장막을 쳤다. 모든 것이 브라질월드컵 만을 바라봤다.

월드컵대표팀을 보기 위해 마이애미 현지로 날아온 국내 취재기자는 40여명이었다. 방송 스태프까지 합하면 70명에 육박하는 숫자다. 홍명보호 숙소인 턴베리아이슬리조트에서 2㎞ 정도 떨어진 호텔에 짐을 풀고 세인트토마스대학 운동장에서 매일 씨름을 했다. 홍명보호가 했던 기후, 시차 적응도 온전히 따라갔다. 대표팀 선수 일부가 황열병 예방 접종 후유증으로 앓아 누울 때, 취재진도 똑같은 증세로 힘겨워 하는 웃지 못할 장면도 나왔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둔 허정무호는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서 1주일 간의 시차, 기후 적응훈련을 했다. 허정무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비롯해 박지성, 이영표 등 관록이 넘치는 팀이었다. 4년 뒤 마이애미에서 만난 월드컵대표팀은 패기가 지배했다. 고참이나 후배, 주전과 백업의 구분이 없었다. 모두가 먼저 나서서 파이팅을 외치고 땀을 흘렸다. 좋은 장면이 나오면 함께 박수를 치고 아쉬움을 대화로 달랬다. 홍명보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밝혔던 원팀(One Team)의 모습이었다.

13일 간의 마이애미 전지훈련은 선수들 만의 몫이 아니었다. 대표팀 스태프 모두가 함께 뛰었다. 김형채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조리장은 마이애미 현지에 식재료를 공수해 매일 삼시 세끼를 호텔 주방에서 살았다. 채봉주 비디오분석관은 세인트토마스대학에 가설한 앙상한 철골 전망대에 매일 올라가 낙뢰(벼락) 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송준섭 월드컵대표팀 주치의와 황인우 의무팀장은 매일 같이 그라운드를 뛰어 다니고 선수들의 미세한 컨디션 변화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5일 월드컵대표팀 단장인 허 부회장 도착 전까지 선수단의 아버지 역할을 한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언론 뿐만 아니라 숙소 및 훈련장, 경기장 관계자들, 외신 기자, 팬과 일일이 씨름해야 했던 조준헌, 이재철 미디어담당관도 브라질로 가는 홍명보호 담금질의 밀알이었다.

홍명보호는 11일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교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결전지 브라질로 떠났다. 선수단을 책임진 항공사 측은 입구에 'Good Luck, Taeguk Warrior(태극전사에 행운을)'이라는 문구를 걸었다. 마이애미의 빛을 잔뜩 머금은 홍명보호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발걸음을 떼었다.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