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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카드 코너킥, 월드컵 8회 연속골 계보 잇는다

선수들이 일제히 골문 앞으로 몰려 들었다.

1일 밤(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의 세인트토마스대학 운동장. 공격수는 골문 앞을 기웃거렸고, 수비수들은 이들을 막기 위해 매달렸다. 코너킥 훈련이었다. 이어 좌우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가 공격수들의 머리로 향했다. 성공, 실패와 관계없이 연습이 반복됐다. 훈련을 지켜보던 월드컵대표팀 관계자가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고 달려갔다. "코너킥 장면을 모두 전하면 상대국에게 우리의 전략을 노출하는 꼴이 된다. 상세한 내용을 다루는 것은 피해주시기 바란다."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와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 대부분의 훈련 장면을 공개했던 홍명보호의 첫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를 뜻하는 언론 용어) 요청이었다.

세트플레이는 태극전사들의 월드컵 역사와 인연이 깊다. 황보관 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스페인전에서 쏘아 올린 대포알 프리킥 골이 시작이었다. 1994년 홍명보(프리킥·스페인전), 1998년 하석주(프리킥·멕시코전) 유상철(프리킥 공격가담·오른발·벨기에전), 2002년 안정환(프리킥 공격가담·헤딩·미국전) 2006년 이천수(프리킥·토고전)가 계보를 이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은 세트플레이의 정점이었다. 이정수(알사드)가 그리스, 나이지리아전에서 '헤발슛(머리와 발에 잇달아 맞고 들어간 골)'으로만 2골을 넣었고, 박주영(아스널)은 프리킥으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전을 완성했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선 이청용(볼턴)이 헤딩 동점골을 터뜨리며 온 국민을 열광시켰다. 유럽에 비해 체격적으로 열세인 한국에게 세트플레이는 본선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월드컵 7회 연속 세트플레이 득점 기록이다. 총 10골로 한국이 8차례 월드컵에 나서 터뜨린 26골 중 38%의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다만 코너킥 상황에서의 득점은 아직까진 없었다.

이번 본선에서 세트플레이, 특히 코너킥 공격과 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을 전망이다. 러시아와 알제리, 벨기에 모두 측면 공격에 기반을 두는 팀이다. 상대의 측면돌파를 저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코너킥 수비로 위기를 맞는 경우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반대로 한국 역시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공격을 선호하는 만큼, 코너킥으로 골 찬스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홍 감독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세트플레이 완성의 시작으로 코너킥을 들고 나온 것이다. 단순히 공격과 수비에서 코너킥 처리만 고민한 게 아니다. 수비시에는 상대 코너킥을 차단한 뒤 역습으로 나아가는 방법, 공격시엔 2선 쇄도로 다시 상대 골문을 두들기는 식이었다.

세트플레이의 시험대는 10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갖는 가나전이다. 가나는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과 개인기로 무장한 팀이다. 그러나 본선 상대 3개국 못지 않은 힘과 높이를 갖춘 팀이기도 하다. 아직까진 베일에 감춰진 홍명보호의 세트플레이 전략도 이때 비로소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