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심판원이 교체되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29일 광주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사건은 SK의 2회초 공격때 일어났다. 4-0으로 앞서 있던 SK는 무사 1,3루의 추가 득점 찬스를 이어갔다. 3번 최 정이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1B1S에서 KIA 선발 한승혁의 3구째가 볼로 선언되는 순간, 1루주자 조동화가 2루 도루를 시도했다. KIA 2루수 안치홍은 포수 차일목의 송구를 받은 뒤 다리를 내밀며 슬라이딩하는 조동화에게 태그를 가했다. 조동화가 슬라이딩을 마친 뒤 베이스를 손으로 짚고 나자 나광남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 순간 안치홍은 펄쩍 뛰며 강한 어필에 나섰다. 글러브가 조동화의 다리에 닿았다는 항의였다. 하지만 나 심판원은 태그가 되지 않았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KIA 선동열 감독이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나 심판원에게 강하게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TV 중계 화면상으로는 안치홍의 글러브가 슬라이딩을 하는 조동화의 왼쪽 다리에 닿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심이었다. SK는 2회에만 6점을 뽑으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은 상황.
그런데 2회말 KIA의 공격이 끝난 뒤 전광판의 심판원 명단에 다른 사람의 이름이 올려졌다. 2루심이 나 심판원에서 대기심이었던 박근영 심판원으로 교체된 것이었다. 심판진의 갑작스러운 조치였다. 교체후 심판실에서 경기를 보고 있던 나 심판원은 "몸이 안좋아서 내가 먼저 바꿔달라고 했다"며 "(도루 세이프 장면은)아직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고, 얼굴색도 나빠 보였다.
야구규칙 9.02항 (d)는 '질병이나 부상에 의하지 않는 한 어떤 심판원도 경기중 교체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나 심판원의 교체가 오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라 시점이 자연스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도상훈 심판위원장은 이에 대해 "나광남 심판원이 며칠 전부터 식중독 증세가 있었다. 계속 아프다고 했는데, 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오늘도 경기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방금 (현장에 같이 있는)박근영 심판원한테 전화가 왔는데 너무 힘들다고 해서 교체를 지시했다"면서 "이런 일은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나는 것이다. 아프면 경기전 빠지겠다고 해야 하는데, 나 심판원이 책임감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 위원장은 오심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도 위원장은 "징계 여부는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한 뒤 나 심판원에 대해서는 "내일이라도 회복되면 정상 로테이션대로 경기에 나서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빼는 방향으로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들어서도 오심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심판원들의 자질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처럼 국내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광주 경기에서는 나 심판원의 도루 세이프 판정 말고도, 2회초 SK 나주환의 사구, 2회말 KIA 안치홍의 1루 세이프 등 석연치 않은 판정들이 이어졌다.
KIA 타선이 힘을 냈지만 SK는 5회초 무려 11점을 얻어 승부를 끝냈다. 18대5, 13점차의 대승이었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