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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FA 박하나 영입, '도박'인가 아닌가?

여자농구계의 '핫 이슈'였던 가드 박하나가 삼성생명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여자농구단 삼성생명은 하나외환에서 FA로 풀린 박하나와 3년, 2억11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25일 밝혔다.

박하나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나치게 높은 연봉 때문이었다. 박하나는 원소속 구단인 하나외환과의 협상에서 2억1000만원의 연봉을 고집했다. 하나외환이 지난 시즌 연봉과 같은 8000만원을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났다.

물론 하나외환은 협상 과정에서 2배 이상의 액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하나는 조금도 액수를 깎지 않았다. 다른 구단과의 사전접촉 의혹까지 제기됐던 이유다.

어쨌든 하나외환이 박하나에 크게 미련을 갖지 않은 것은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 때문이었다. 지난 2008년 신입선수 드래프트에서 박혜진(우리은행)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신세계(하나외환의 전신)에 입단한 박하나는 6시즌동안 한 팀에서 뛰었지만 단 한 시즌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가장 많은 평균 득점을 올린 지난 시즌에도 경기당 6.14점에다 2.03리바운드, 1.06어시스트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 시즌 득점 순위 전체 25위에 불과했다.

팀의 많은 득점을 책임져야 할 슈팅가드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3점슛 성공률도 21.9%에 그쳤고, 35경기에 모두 나왔지만 3점포 갯수는 고작 28개로 경기당 1개도 미치지 못하는 등 내외곽 어디에서도 특징이 없었다. 게다가 3점포를 쐈을 때 어이없는 에어볼이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드리블이 지나치게 길어 공격을 지연시키기도 했고, 멘탈이 약해 경기별로 기복이 심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 시즌에 고작 2~3경기 정도에서만 제 실력을 보일 정도였다. 김지윤의 은퇴 이후 가뜩이나 가드 포지션이 약했던 하나외환은 박하나에게 늘 기대를 걸었지만 이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2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무는 주된 원인이 됐다. 박하나는 6시즌동안 2011~2012시즌과 2012~2013시즌에서 각각 1번씩 라운드 MIP(기량발전상)을 받은 것이 고작이었다. 동기인 박혜진이 2년 연속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를 받은 것과는 상당한 비교가 된다.

지난 시즌까지 하나외환을 이끌었던 조동기 감독은 "기복이 너무 심한 것이 문제다. 그래도 딱히 대체해줄 선수가 없어 기용해야 한다"며 박하나에 대해 늘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나외환이 박하나에 미련을 갖지 않고, 차라리 신지현 김이슬 강이슬 등 신예 가드 자원을 키우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쨌든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이 1억원대 이하의 연봉을 받은 것을 감안했을 때 박하나는 FA 최대 수혜자가 됐다. 프로팀의 모 감독은 "박하나와 같은 평범한 선수가 이 정도의 액수를 부른다는 것은 여자농구의 자원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삼성생명으로서도 상당한 '도박'을 한 셈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4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박태은 홍보람 고아라 김한별 배혜윤 등 젊은 선수가 많이 있지만 이 가운데 배혜윤 정도만을 제외하곤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팀 리빌딩을 하며 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지만 좀처럼 기량이 늘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2년전 우리은행에서 FA로 풀린 고아라를 1억9000만원에 영입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박하나마저 기대에 못 미친다면 FA 영입전에선 철저히 실패한 것이다.

결국 박하나가 '먹튀'라는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해선 새로운 팀에서 심기일전해 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FA제도는 선수의 몸값만 올리고 전반적인 수준을 올리는 것은 실패하며 무용론까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