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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결' 최용수와 황선홍, 반전 또 반전의 행보

2012년 6월 17일이었다.

FC서울은 6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포항은 6경기에서 1무2무3패로 부진했다. 서울이 1위, 포항은 9위였다.

포항의 홈에서 만났다. 최용수 서울 감독(43)은 "홀가분하게 다녀오겠다"고 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46)의 눈빛이 변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울컥했다. 자존심이 상한다." 언성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황 감독은 선수들의 승부욕을 깨웠고, 반전에 성공했다. 포항이 서울을 1대0으로 물리쳤다. 그 해 서울은 우승을 차지했고, 포항은 3위로 마감했다.

2014년 4월 20일, '황새(황선홍)'와 '독수리(최용수)'가 올시즌 처음 맞닥뜨린다.

2년 전의 황 감독이 아니다. 지난해 K-리그와 FA컵을 제패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최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 흐름도 정반대다. 디펜딩챔피언 포항은 2연패 후 6경기 연속 무패(5승1무·승점 16)로 드디어 선두를 꿰찼다. 반면 서울은 8경기에서 1승이 전부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이다. 승점 6점으로 12개팀 가운데 11위로 떨어졌다.

무대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오후 2시 휘슬이 울린다. 이번에는 황 감독이 홀가분한 기분이다. 두려웠던 상대인 데얀이 없다. 하대성도 이적했다. 몰리나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반면 최 감독은 울컥해야 할 차례다. 반전이 절실하다.

얘기 꽃은 또 있다. ACL도 미묘한 변수다. 16일 포항과 서울은 나란히 원정에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포항은 세레소 오사카(2대0 승)를 제압하고 K-리그 4팀 가운데 가장 먼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서울도 극적인 승리로 최악의 부진에서 탈출했다. 센트럴코스트(호주)와의 원정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상대의 자책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ACL F조 최하위였던 서울은 단숨에 1위로 수직 상승하며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그러나 무려 12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서울이 홈이점을 안고 있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더하다.

징크스는 다른 방향이다. 서울은 홈에서 포항의 천적이다. 2006년 8월 30일 이후 패전이 없다. 11경기 연속 무패(9승2무)를 달리고 있다. 두 팀 모두 누수가 있다. 포항은 중원의 핵인 이명주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다. 서울은 고요한이 센트럴코스트전에서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돼 출전이 불투명하다.

기세, ACL, 천적, 전력 누수…, 그래도 가장 큰 관심은 두 사령탑의 자존심을 건 승부다. '황새'와 '독수리'는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동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도 함께 뛰었다. 황선홍은 플레이가 세밀하고 정교했다. 최용수는 선이 굵은 축구를 했다. 둘다 강력한 승부 근성으로 '독종'으로 각인됐다.

감독간의 대결에선 정규리그와 FA컵에서 11차례 맞닥뜨려 5승2무4패를 한 황 감독의 박빙 우세다. 미소를 찾은 최 감독은 "포항전은 평정심을 찾고 차분히 준비하겠다. 포항과의 경기가 많이 기대된다"고 했다. 황 감독은 지난해 마지막 서울 원정에서 0대2로 패한 후 "징크스가 아닌 줄 알았는데 징크스가 맞나보다. 다음 상암에서는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예측불허의 접전, 상암벌의 화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