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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3번의 인터뷰...미안해 했던 이유는?

6년 전이다.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끝내고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할 때였다보다. 첫 인터뷰에서 이지아는 화이트 컬러의 로맨틱한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예뻤다. 청순하면서도 밝은 느낌의 그녀는 환한 기운이 돌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대답을 못하고, 어두운 표정을 지어보여 보는 이를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두번째 만남도 마찬가지였다. 사소한 질문조차도 쉽게 답을 못하는 이지아를 볼 때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럴때면 이지아는 '늘 미안하다'는 무언의 제스쳐를 보냈다. 그래서일까. 이지아의 앞에는 '신비주의'란 수식어가 늘 붙어다녔다.

그런 그녀가 대한민국을 뒤흔든 깜짝 소식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이지아의 행동을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 왜 그토록 인터뷰를 하면서 미안해했는지,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는지…. 그리고 6년. 다시 만났다. 피할 수 없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온 용기있는 그녀를….

"그 마음을 아셨다니 다행이네요. 인터뷰하면서도 늘 마음은 불편했죠.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가 꽉 막힌 심정,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마음 한 켠 미안한 마음이 늘 있었죠." 한결 편해 보였다. "(스캔들 이후) '나도 꽃'때부터는 편했어요. 예전에는 저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길어지는 게 좀 불편했거든요. 이번 작품에서도 비밀이 없으니 스태프들과도 앉아서 이야기하다 깊어져도 피할 것도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편했어요."

꼬박 2년이 걸렸다. '나도 꽃'에서 '세 번 결혼하는 여자'로 돌아오기까지. 드라마 타이틀이 암시하듯 선뜻 선택하긴 어려운 작품이었을 터. "이번 작품이 대중들이 생각하는 저에 대한 편견이나 시선을 좀 깰 수 있었던 작품이길 기대해요. 사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라는 어감이 좀 세잖아요. 그래서인지 제가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하니까, 누군가 '뭐야, 정면 돌파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었죠. 사실 그런 시선 때문에 걱정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김수현 작가님 작품을 해본다는 일은 배우로서 큰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진 그래서 깐깐하다는 평도 듣는 김수현 작가와의 협업은 어땠을까. "작품에 출연하게 되면서 김수현 작가님과 전화로 먼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때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라. 힘을 빼고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죠. 저 역시 너무 오랜만에 나왔다고 힘을 주고 촬영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제가 뒤늦게 캐스팅 됐기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고요. 처음에 감도 잘 못잡았어요."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가 그렇게 생겼다. '태왕사신기', '베토벤 바이러스', '스타일'까지 판타지를 입힌 사랑스런 역할이 주류였다. '나도 꽃'에서 억척스런 여자로 분하더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로 일상적 연기도 가능한 연기자로 폭을 넓혔다.

"앞으로도 연기자로 쭉 살아야 하는데, 이 역할은 이래서 안된다. 저 역할은 저래서 안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죠. 혹시 극에서의 상황이 나의 상황과 비슷하게 맞물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좋은 작품이 있다면 피하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으로 애 엄마 역을 맡은 데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은수 연기를 하면서 슬기와 함께 연기를 해야하잖아요. 그게 쉽지 않았어요. 주변에 보면 아이와 잘 놀아주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데면데면 했죠. 오히려 슬기와 제가 함께 있으면 어색하다고 할까요. (나중에는 좀 편해보이던데요?) 김수현 작가님도 엄마와 아이 관계가 친구같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어요. 그러려고 노력했고. 슬기 연기를 보면 마음이 아플 때도 많았어요. 타인을 배려하려고 하고 싶은 말도 자제하고, 이런 부분이 슬프더라고요. 슬기 대사 중에 '내가 행복하다고 해야 엄마도 행복하잖아'라고 말하던 장면, 너무 슬프지 않았나요?"

이지아는 슬기의 이런 부분이 어릴 적 자신과 닮았다고 말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편이었어요. 그냥 내가 아무말 하지 않으면 넘어가겠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그런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슬기를 보면 더 짠했던 것 같아요."

이지아는 마지막 회를 보지 못했다. 결말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촬영 하면서도 결말을 알지 못했어요. 저는 은수가 돌아갈 줄 알았거든요. 거기다 아이를 낳을 줄도 몰랐어요. 그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 아이를 떠나보내는 내용에 다들 놀라워하더라고요. 감독님부터 배우들, 스태프들 특히 남자들은 '은수같은 여자랑은 못산다'고 하더라고요. 저 욕 많이 얻어먹었어요."

결말이 공감과 비공감의 논란의 대상이 됐지만, 분명 '세번 결혼한 여자'의 은수는 이지아에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줬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말이 너무 좋더라고요. 이제는 쉬지 않으려고요. 쉬지 않고 계속 연기를 하다보면 저에 대한 시선도 변하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지아에게 말했다. 인터뷰를 한다는 의미가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을 해야할 의무와는 다른 것이라고. 불편한 질문에 대해 그녀는 말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대중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면 그 또한 말하지 않을 의무도 권리도 있는 것이다. 이지아가 자신이 원하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조금 더 당당하게 다가섰을 때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해도 좋다고…. 이지아는 아직 보여줘야 할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보너스 인터뷰-이지아의 뇌구조]



이지아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인터뷰와 별도로 이지아에게 본인의 뇌구조를 그려주길 부탁했다. 이지아는 필체가 예쁘지 않다며 걱정하면서도 차근차근 칸을 채워갔다. 관심사, 걱정, 중요한 것 등 나열된 이지아의 뇌구조를 열어봤다.

-인터뷰는 요즘 인터뷰를 많이 해서 그런 것 같고, 가장 큰 칸은 '맛있는 거 먹기'를 적었다.

▶하하. 먹는 것 좋아해요. (특히) 닭발이요. (맵지 않나요?) 매운 음식은 잘 못먹는 편이라, 덜 매운 닭발이요. (근데 살이 안찌는 편인가봐요. 운동을 열심히 하나요?) 아뇨. 드라마 촬영하면서 통 못했어요. 이제 해야죠.

-잠이군요.

▶잠을 제대로 못자서요. 제발 좀 자고 싶어요. 그저께도 못 잤어요. 어제(13일)부터 인터뷰를 도니까 긴장이 돼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은가요?

▶글쎄요. 아직 생각은 못했지만, 유럽 어딘가로요. (누구랑요?) 친한 친구랑요. ('꽃보다 누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캐릭터. ) 하하. 그런가요?

-팬? 그쵸?

▶ 정말 감사하죠. 예전에 전시회 겸 팬미팅을 한 적이 있는데요.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어요.

-그래서 문화 생활이 있는거군요. 최근에도 갔었나요.

▶전혀요. 문화 관련 잡지가 집에 쌓여있어요. 보질 못해서요. (어느 쪽을 많이 가세요?) 삼청동에 작은 갤러리들이 많아서 좋아해요.

-가장 작은 점은 뭘까요.

▶하하. 이게 제일 힘드네요. 운동이요. 이제 쉬는데 운동 열심히 해야죠. 근데 배우가 차기작보다 '맛있는 거 먹기'를 더 큰 칸에 써도 되는건가요. 하하.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