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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송종국 안정환, 월드컵 드림팀 2002년 영광 재현할까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나섰다. 당시 주장이었던 홍명보가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그라운드를 지휘하는 가운데 송종국과 안정환이 MBC 월드컵 중계단의 해설위원으로 선수들과 호흡한다. 축구 캐스터로 유명세를 떨친 김성주는 MBC 스포츠 캐스터로 복귀해 두 사람과 함께 방송 3사 중계전쟁의 선두에 섰다. 국가대표팀 시절부터 시작돼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까지 이어진 '삼각편대'의 탄탄한 팀워크는 MBC가 중계전쟁의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다.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MBC 월드컵 중계단 기자회견에서 김성주는 "송종국은 수비수 출신이고 안정환은 공격수 출신이라 축구를 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더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서 경기를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MBC 중계방송의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그는 송종국의 풍부한 설명과 안정환의 디테일한 정보를 해설위원으로서의 장점으로 꼽았다. 안정환에 대해선 "흔히 압박 축구를 해야 경기에 승산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안정환은 한 명이 압박할 때와 세 명이 압박할 때의 의미가 다르다는 점까지 짚어낸다"며 "머릿속에 해설 재료들이 굉장히 많지만 누가 말을 시키기 전에는 잘 꺼내지 않는 편인데 그 정보를 어떻게 끄집어내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느냐는 캐스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송종국은 A매치 해설 경험이 많아서 방송용 화법을 잘 구사한다"고 치켜세우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달하려고 한다는 것은 해설자로서 굉장한 장점이고 캐스터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대표팀 사정에 밝고 해설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하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김성주는 "안정환은 홍명보 감독에게 가깝게 접근할 수 있고 송종국은 선수들과의 관계가 좋아서 선수에게서 얻은 정보가 많다"면서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다는 소식을 안정환이 전해줬는데 실제로 일주일 뒤에 기사가 나올 만큼 두 사람이 갖고 있는 고급 정보가 많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성주는 두 사람의 차이점에 대해 "송종국은 노력형이고 안정환은 천재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정환은 독창을 잘한다면 송종국은 합창을 잘하는 스타일"이라고 부연하며 "안정환은 혼자서도 잘할 뿐더러 혼자 고민해서 새로운 걸 보여줄 줄 아는 사람이고 송종국은 여러 사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드러내지 않게 잘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두 사람의 공통점은 집중력이 굉장히 좋다는 점이다. 한 분야에 잘했던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잘하는 것 같다. 현역 시절의 커리어가 묻혀질까봐 걱정될 정도로 예능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표팀 경기를 담당할 메인 해설위원은 아직 미정이다. 선수 시절과 달리 같은 포지션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송종국과 안정환은 '국가대표급' 입담으로 전초전을 치렀다. 선수로서는 안정환이 선배지만 해설위원 데뷔는 송종국이 빨랐다. "선배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는 가벼운 농담으로 운을 뗀 안정환은 "선수 시절엔 팀에 위계질서가 있어서 송종국이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에 친해져서 좋다"며 "송종국이 해설이나 예능에서는 선배이기 때문에 그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송종국은 "아직 내가 형에게 가르쳐줘야 할 것이 많다"고 장난스럽게 화답하며 "해설 경험은 내가 더 많지만 안정환은 기술이나 선수들 움직임에 대해 나도 생각 못했던 것을 알려준다"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현역 시절 안정환은 존경하는 선배였고 그에 대한 신비함도 갖고 있었다. 안정환의 실력을 보면서 축구를 해왔다. 최근에 방송을 통해 처음 농담을 해봤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상대보다 나은 자신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안정환은 "내가 나은 점은 없고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겸손해하며 "송종국은 말수가 없고 운동만 잘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어느 새 능글능글해졌다. 사람들에게 편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모습이 부럽다. 사람이 바뀐 걸 보면서 방송이 무섭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여 간담회 현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경쟁사인 KBS에서도 2002년 멤버인 이영표와 김남일이 해설위원으로 데뷔한다. 2002년 멤버들간의 해설 경쟁도 이번 월드컵을 보는 또 다른 재미 요소다. 안정환은 "당시 멤버가 함께 해설자로 활약하고 경쟁을 하는 것이 기쁘다"며 "다만 MBC 중계단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송중국은 "이영표와 절친한 선후배로 지내면서 서로 중계방송 모니터도 해준다. 둘 다 잘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우리가 1등, KBS가 2등을 하면 더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종국 안정환 김성주는 틈틈이 모여 공부를 하면서 중계방송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송종국은 "한국 경기를 누가 맡던 간에 최고의 해설을 해서 MBC가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최고참으로 중계단을 이끄는 김성주도 "심리적 부담이 크지만 젊은 캐스터, 해설위원들과 함께 기동력 있는 중계를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서귀포(제주)=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