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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재학, 극단적인 투피치 선발? 괜찮을까

극단적인 투피치 선발투수도 성공할 수 있을까.

NC 다이노스 이재학(24)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2위(2.88), 토종투수 중 1위에 오르며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왕을 안겨줬고, 신생팀 NC의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서게 만든 공이다.

이제 누구나 이재학이 체인지업을 던질 것을 안다. 하지만 이재학 본인의 컨디션이 나쁘지만 않다면, 상대는 알고도 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재학 투구 분석, 작년부터 늘어난 체인지업 비율

이재학은 지난 시즌 체인지업이 효과를 보자, 포수 김태군과 함께 구사 비율을 늘렸다. 급기야 직구와 일대일 비율까지 늘어났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직구-체인지업의 투피치로 가더니, 올시즌에도 그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첫 등판부터 살펴보자. NC의 개막전이었던 1일 KIA전에서 이재학은 99개의 공을 던지면서 직구보다 체인지업을 더 많이 구사했다. 직구를 41개 던지면서 체인지업은 절반이 넘는 52개를 던졌다. 슬라이더 6개가 있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7이닝 무실점하는 과정에서 KIA 타자들은 이재학의 체인지업에 완벽히 당했다. 3안타를 치는데 그쳤고, 삼진을 7개나 당했다.

두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6일 넥센전에서는 8이닝 2실점을 기록했는데 104개의 공 중 직구가 50개, 체인지업이 48개. 슬라이더가 4개, 투심패스트볼이 2개 기록됐다.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올린 지난 12일 LG전서는 투구수 102개 중 직구가 43개, 체인지업이 34개였고, 투심패스트볼 18개, 슬라이더 7개를 던졌다.

투심패스트볼의 경우, 각 구장 전력분석요원마다 직구로 함께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순간적으로 투수의 그립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궤적에 따라 분류하기 마련이다. 투심패스트볼을 포심패스트볼과 함께 직구로 분류하면, 1일 KIA전 이후 나머지 2경기는 직구가 좀더 많았다. 특히 12일 LG전에서는 평소보다 직구 비율이 증가했다.

▶알고도 못 치는 체인지업, 굳이 변화할 필요없다

어쨌든 이재학은 포수 김태군과 직구와 체인지업을 50대50 가까운 비율로 구사하고 있다. 슬라이더는 보여주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재학은 "슬라이더가 괜찮은 날은 좀 던지지만, 다른 변화구가 좋지 않다, 아직은 코칭스태프도 괜찮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극단적인 투피치에 대한 부담감은 있다. 다들 괜찮다고 하는데 나만 혼자 걱정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NC 코칭스태프는 좋은 데 굳이 변화를 꾀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재학과 배터리를 이루는 포수 김태군도 마찬가지다. 직구와 체인지업 중 그날 좋은 공을 많이 주문하는 편이다. 또한 억지로 좋지 않은 슬라이더를 던지기 보다는, 직구와 체인지업의 원활한 배분으로도 상대를 공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는 이재학의 체인지업이 갖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의 타자들은 이재학의 체인지업에 대해 '알고도 못 친다'는 반응이다. 변화구를 던질 때 투수의 팔 각도나 스윙에 미묘한 차이가 생길 수 있지만, 이재학은 그렇지 않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모든 게 일정하다.

게다가 이재학은 사이드암투수다. 공을 최대한 뒤에 감추고 있다 옆에서 뿌린다. 일반적인 투수들에 비해 공략하기 까다롭다. 공의 궤적을 보고 대처하기도 어렵다. 체인지업이 직구와 비슷하게 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노림수가 어려워진 타자들은 50대50의 확률로 배팅 타이밍을 가져가는데 이마저도 빗나갈 때가 많다.

▶투피치 선발의 성공 요건, 구종 추가 효과는?

극단적인 투피치로 성공한 투수로는 선동열 KIA 감독이나, 메이저리그의 '빅 유닛' 랜디 존슨(은퇴) 정도가 손꼽힌다. 두 명 모두 직구-슬라이더 만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선동열 감독의 경우 빠르고 느린 두 종류의 슬라이더를 던지긴 했지만, 투피치인 건 맞다.

차명석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에 대해 "선발투수가 투피치로 가서 좋을 건 없다. 투피치로 가려면 구위가 정말 뛰어나야 한다. 과거 선동열 감독과 랜디 존슨 모두 그랬다"고 했다.

투피치의 전제조건이 '구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학은 구위가 뛰어난 투수는 아니다. 최고 구속이 140㎞를 갓 넘길 정도다. 130㎞대 후반의 직구에 120㎞대 체인지업이 전부다.

차 위원은 "현재 체인지업이 잘 되고 있으니 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지금 잘 던지고 있으니 괜찮다"며 "하지만 계속 뛰다 보면 언젠가는 타자들에게 보이게 된다. 공이 위력적이지 않다면, 투피치로 쉽지 않다. 지금은 완벽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흘러 가는 변화구를 장착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 구종 장착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고 했다. 차 위원은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다. 굳이 지금 좋은데 추가할 이유는 없다. 나중에 봐서 고민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직구-체인지업 만으로도 현재 한국야구를 평정하고 있는데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 시간을 두고 차차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만약 이재학이 언젠가 새 구종을 장착하게 된다면, 더 무서운 투수가 될 수 있다. 마치 투수와 타자가 가위바위보 싸움을 하는 듯한 수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한 투수코치는 구종 추가의 효과에 대해 묻자 "어줍지 않게 구종을 늘리는 건 좋지 않다. 하지만 직구 이외에 결정적인 변화구가 1개 있다면, 레퍼토리가 다양한 효과는 배가 된다"고 답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이 그 예다. '킬러 콘텐츠'가 있다면, 평범한 다른 변화구도 살기 마련이다. 이재학은 그 요건에 가장 부합하는 투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