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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로 무장된 달라진 수원, 그 비결은?

선수들은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몸을 내던졌다. 골이 터지면 다같이 모여 기뻐했다.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K-리그 클래식 8라운드는 달라진 수원 삼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지난 몇년간 수원의 골칫거리는 이른바 '수원병(病)'이었다. 수원은 모기업 삼성전자의 '1등주의'에 입각해 소속 선수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줬다. 스타 선수들은 모두 수원으로 향했다. 그 결과 1996년 창단한 수원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K-리그 4차례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선수들은 스타의식에 젖어 이기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대표급 선수들을 갖추고도 우승권에서 미끄러진 원인이었다. 부족한 투지는 수원의 고질병이었다.

수원이 달라졌다. 악착같은 모습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한수 아래의 인천을 상대했지만,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있었다. 정대세는 과감한 몸싸움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정성룡은 몸을 날려 상대의 슈팅을 막았다. 오장은 염기훈 김두현 등 고참급 선수들도 태클도 마다하지 않는 움직임으로 중원을 지휘했다. 수원은 올시즌 최고의 경기력으로 인천을 3대0으로 꺾었다.

수원이 달라진 비결이 있다. 서정원 감독의 한마디가 선수들을 일깨웠다. 서 감독은 지난달 26일 성남전 이후 라커룸에서 "이것 밖에 안되냐"며 선수들을 질타했다. 당시 수원은 성남에 0대2로 완패했다. '주장' 염기훈은 "감독님의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처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후 수원은 3승1무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 감독의 발언은 계산된 것이었다. 그는 "즉흥적으로 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과거 선수생활을 할때 강압적으로 하시는 감독님이 많아서 다른 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선수들이 직접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가 충격으로 다가올때가 있다. 그게 진짜 선수들을 바꿀 수 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바뀌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웃었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