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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의 승격 후 첫 승 '험난한 과정-달콤한 열매'

박항서 상주 감독의 K-리그 클래식 승격 첫 승 도전 과정은 상당히 험난했다. 그래서 첫 승이 선사한 열매는 너무나 달콤했다.

2013년 K-리그 챌린지 챔피언 등극 및 승격팀인 상주 상무가 4무2패 뒤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9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클래식 7라운드에서 FC서울에 2대1로 승리했다. 상주의 1부리그 승리는 2012년 8월 제주전 승리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강제 강등의 아픔을 이겨낸 감격스러운 승리였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1-1로 맞선 후반 20분, 중앙 수비수 양준아가 서울의 공격수 김현성을 방어하다 레드 카드를 받았다. 박 감독 역시 항의를 하다 퇴장을 받았다.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마저 꺼내 집어 던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그러나 숫적 열세로 생긴 오기와 박 감독의 퇴장이 상주의 첫 승 의지를 깨웠다. 상주는 후반 33분에 터진 이근호의 올시즌 마수걸이 골에 힘입어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첫 승까지 박 감독은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경기 전날에는 잠도 못잘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원소속팀 출전 금지 규정으로 각 팀을 상대할 때마다 멤버를 새로 짜야 했다. 그동안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는데 경기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비기는 경기가 많았다. 나는 물론 선수들의 첫 승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히 컸다."

중요한 기로에서 서울을 만났다. 악연이었다. 상주는 창단 이후 서울과 4차례 대결을 펼쳐 모두 패했다. 박 감독은 배수진을 쳤다. 그는 "서울과의 경기에서는 기어서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의 예상대로 총력전이었다. 양준아의 퇴장 이후 발목 부상중인 중앙 수비수 이재성까지 투입했다. 뒷문을 든든히 잠근 뒤 한 방을 노려 첫 승까지 일궈냈다.

경기를 마친 박 감독은 "다행히 첫 승에 대한 부담감을 떨쳤다"고 기뻐하면서도 "난 다혈질이고 직설적이다. 냉정하게 했어야 했는데 순간적으로 자제 능력이 부족했다"며 퇴장 상황을 설명했다. 휴대폰을 집어 던진 것에 대해서는 "상의를 벗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었는데 휴대폰이 잡혔다. 화가 난 상황에서 아무생각 없이 그냥 던지게 됐다"면서 "내가 한 일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아픔도 있었지만 수확이 큰 첫 승이었다. 팀의 주포인 이근호의 첫 골이 반갑다. 박 감독은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단계를 밟고 있다. 월드컵 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결승골을 넣어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백업 수비수들도 제역할을 해줘 로테이션이 가능할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보너스도 있다. 박 감독은 첫 승의 선물로 새로운 휴대폰을 갖게 됐다. 이한우 상주 사무국장은 "감독님이 부임하실 때 지급한 휴대폰이다. 고장이 자주 나 바꿀 계획이 있었는데 박살이 났다. 아무래도 2년 약정이 끝난 걸 아신 것 같다. 최신 폰으로 바꿔 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주는 첫 승의 달콤한 기억은 안고 2연승에 도전한다. 8라운드 상대는 성남이다. 박 감독은 "국군체육부대장님이 오시면 선수들이 뛰는게 달라진다. 서울전을 관전하셨는데 성남전에도 오신다고 한다. 선수들이 알아서 뛸 것"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