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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판정논란에 대한 오해와 진실

프로농구 챔프전은 흥미롭다. LG와 모비스는 처절한 힘대결을 펼치고 있다. 3승2패로 모비스가 간발의 차로 앞서 있다. 나머지 2경기는 LG의 홈 창원에서 열린다.

그런데 최근 챔프전 판정과 관련, 논란들이 나온다. 핵심은 두 가지다. 일단 2차전 모비스, 4차전 LG가 불리한 판정을 받았다는 것. 두번째는 로드 벤슨(모비스)의 경례 세리머니와 김종규의 세리머니에 각각 다른 휘슬이 나왔다는 점. 그래서 판정의 일관성에 대한 비판이 있다. 챔프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 판정 콜에 대한 부분은 당연히 LG와 모비스 모두 민감하다. 당연히 이 부분을 다루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판정기준과 상황에 따른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비판과 관점들이 존재한다.

▶KBL 판정의 흑역사

이번 챔프전의 판정논란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배경은 KBL 플레이오프 판정의 흑역사다.

항상 플레이오프때면 판정문제로 시끄러웠다. 워낙 중요한 경기. 코칭스태프가 판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오심으로 논란이 된 적이 워낙 많았다.

유명했던 2002~2003시즌 챔프 5차전 '잃어버린 15초 사건'을 비롯, 2003~2004시즌 플레이오프 6강전에서 LG 빅터 토마스의 엔드라인 사건과 오리온스 바비 레이저의 실린더 룰 사건 등이 있었다. 매 시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오심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당시 편파판정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경향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2000년대 초, 중반은 결정적인 순간 오심성 휘슬을 분다는 짙은 의심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1~2002시즌 SK와 KCC의 4차전. 2승1패로 앞선 KCC가 1승만 추가하면 챔프전에 진출하는 상황. 경기종료를 얼마남겨두지 않고 오른쪽 사이드에서 KCC 양희승이 3점포를 터뜨렸다. 그런데 슛 이후 다리를 약간 벌렸다는 이유로 공격자 파울을 선언했다.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공격자 파울은 뜬금없다'는 평가. 4강전을 5차전까지 인위적으로 끌고 가려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결국 SK가 5차전 혈투 끝에 챔프전에 진출했다. KCC 이상민과 오리온스 김승현의 역사적인 챔프전 맞대결이 무산된 사건.

결정적인 순간의 오심이 문제가 되자,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2000년대 후반부터 판정이 교묘하게 진화됐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내용의 핵심은 핵심선수들을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로 묶는다는 것. 그 과정에서 판정의 기준 자체가 오락가락했다.

의심할 만한 상황이 많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8~2009시즌 KCC와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2010~2011시즌 챔프전과 2011~2012 챔프전이다. 경기 중반 핵심선수들에 대한 뜬금없는 파울콜로 선수기용폭 자체를 줄여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판정기준이 너무 불명확하다. 에이스들을 전반 일찌감치 3파울로 만들어버리면 경기를 어떻게 운영하냐"는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2차전 모비스와 4차전 LG의 파울콜

그런데 올 시즌 플레이오프는 6강전부터 심판 콜의 양상이 좀 다르다. 명확한 기준이 있다. 몸싸움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 볼 없는 지역에서의 신경전도 노골적인 경우가 아니면 그냥 넘어간다. 현대농구는 몸싸움은 필수다. NBA 뿐만 아니라 유럽선수권대회나 아시아선수권대회도 그렇다. 몸싸움의 수준이 이번 플레이오프보다 더 거칠다. 하지만 휘슬은 거의 울리지 않는다. 그동안 '유리농구'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한국농구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준점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제시했다.

그런데 여전히 일부 능력이 떨어지는 심판의 오심들이 존재한다. 3명의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그들의 공통된 답변은 "오심은 분명히 있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의도적인 판정이라고 의심할 만한 부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였다.

2차전 모비스에 대한 판정 콜을 보자. 로드 벤슨의 세번째 파울은 석연치 않았다. 후반 모비스 골밑공격에서 발생한 LG 수비수들의 손 터치에 대해 휘슬이 인색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경기 막판 모비스 골밑공격에서 파울이 불리자 심판진을 향해 "파울이 아니다"라는 반어적인 표현으로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KBL 심판진들의 숙제 중 하나는 공중볼의 판정에 대해 여전히 약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코칭스태프들이 골밑의 복잡한 상황을 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불만을 나타냄으로서 심판진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시도가 더 많다. 물론 이날 판정은 상당히 어설픈 부분이 있었다. 판정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콜은 아니었다. 2차전에서 모비스가 패한 명확한 이유는 외곽포의 부재와 제퍼슨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4차전. 1쿼터 일찌감치 메시가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여기에 이대성의 돌파 때 유병훈의 적극적인 마킹에 휘슬이 울렸다. 우선 유병훈의 파울콜은 명확한 오심이다. 그동안 판정기준은 자연스러운 충돌에 대해서는 대부분 그냥 넘어갔다. 판정의 일관성의 측면에서 유병훈의 파울콜은 오심이었다.

그런데 메시의 파울 트러블에 대해서는 LG 코칭스태프의 어필은 약간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한 전문가는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메시의 수비 시 팔 각도가 나쁘다"고 지적했다.

왜 이 부분이 중요할까. 시계를 플레이오프 6강 KT와 전자랜드전으로 돌려보자. 1차전 조성민이 3점슛을 쏘는 과정에서 차바위의 팔 각도가 공격자 앞으로 쏠렸다. 조성민은 순간적으로 슛 타이밍을 길게 늘려 차바위의 손과 충돌이 일으켰다. 자유투가 선언됐다. 전자랜드는 팀 디펜스가 매우 강한 팀.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유도훈 감독은 "팀 디펜스는 괜찮은데, 개개인의 수비능력을 보면 약점이 있다"고 했다. 이런 우려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또 하나의 예도 있다. 챔프전에서 문태종의 3점포를 막던 이지원의 팔각도는 앞으로 기울었다. 그러자 노련한 문태종은 이지원의 손과 충돌, 자유투 3개를 얻었다. 이지원이 항의하자, 유재학 감독은 이지원을 불러 "파울이 맞다"며 수비실책을 지적했다. 즉, 이번 플레이오프의 판정은 실린더라고 불리는 공격자의 범위와 수비자의 범위를 확실히 지키는 기준이 있다.

그런데 메시는 수비할 때 습관적으로 팔 각도 앞으로 쏠려있다가 다시 수직방향을 향한다. 즉 공격자가 정상적으로 점프하거나, 돌파를 할 때 공격자의 실린더를 침범, 파울이 불릴 위험이 많은 나쁜 수비습관이다. 당연히 LG 코칭스태프도 여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모비스 양동근의 수비와 비교해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양동근은 골밑 레이업슛을 넣는 공격자와 함께 뜰때도 팔 각도는 수직방향으로 항상 곧게 뻗어있다. 당연히 파울이 불릴 위험이 거의 없는 교과서적인 수비동작이다.

▶김종규의 테크니컬 파울과 벤슨의 경고는 훌륭한 판정이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김종규와 로드 벤슨에 대한 판정의 일관성 문제다.

간략한 개요는 이렇다. 벤슨은 4차전 김종규의 블록슛을 피해 덩크슛을 터뜨린 뒤 김종규 앞에서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공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5차전에서 김종규는 벤슨을 제치고 골밑돌파 이후 덩크슛을 터뜨렸다. 백코트를 하면서 벤슨 앞에서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그런데 심판진은 김종규에게만 테크니컬 파울을 부과했다.

일단 김종규의 행동은 당연히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야 한다. 너무 과도했다. 벤슨 앞에서 경례 세리머니만 했다면 심판진의 반응이 과도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뒤 벤슨을 향해 손짓을 했다. 상대를 자극하는 고의적인 행동이다. 너무 노골적이었던 행동. 김종규의 경험 부족이 드러나는 장면. 이런 경우 NBA 뿐만 아니라 어떤 국제대회에서도 테크니컬 파울감이다.

벤슨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벤슨의 경례 세리머니는 트레이드 마크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 행동이다. 일단 오른쪽 앞에 서 있던 김종규의 방향으로 쏠린 채 경례세리머니를 했다는 점. 그리고 공을 주먹으로 쳤다는 것이다.

벤슨은 노련했다. 사실 김종규를 자극할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경례 세리머니 그 이상의 행동은 없었다. 공을 주먹으로 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경기지연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 경고와 테크니컬 파울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상에서 벤슨은 상대를 자극함과 동시에 특유의 경례 세리머니를 한 것이다. 이때 심판진은 공을 주먹으로 친 부분밖에는 지적할 게 없었다. 그 부분에서 테크니컬 파울을 주는 것은 오히려 과도한 휘슬로 볼 수 있다. 세 명의 농구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세 명의 공통적인 지적은 "김종규는 확실한 테크니컬 파울이다"라는 점. 벤슨의 경고에 대해 한 명은 "심판의 재량"이라고 했고, 나머지 두 명은 "경고만 주는 게 가장 정확한 판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김종규와 벤슨의 휘슬에 대해 판정의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명확히 잘못된 관점을 바탕으로 한 번지 수를 잘못찾은 비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