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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형-이상엽 VS 허진-손여은, 불굴의 명콤비 빛났다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에 배우들의 차진 연기호흡을 빼놓을 수 없다. 주고 받는 대사와 함께 액션과 리액션이 탁구 랠리처럼 팽팽하게 전개될 때면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 30일 나란히 종영한 MBC '사랑해서 남주나'와 SBS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도 탁월한 연기호흡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배우들이 있다. 전자는 박근형과 이상엽, 후자는 허진과 손여은이다. 이들의 활약은 시청자들의 공감 혹은 공분을 자아내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닮은꼴 미남 부자, 박근형-이상엽

박근형과 이상엽은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부자(父子) 호흡을 맞췄다. 극 초반 퇴직판사인 정현수(박근형)는 감정 표현에 서툴어 취업준비생인 아들 재민(이상엽)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재민도 아버지 현수에게 벽을 느꼈다. 재민은 현수의 외도로 태어난 아들.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누나들과의 갈등 때문에 재민은 아버지를 좋아하는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현수가 반찬가게 여주인 홍순애(차화연)와 황혼 로맨스를 나눌 때 가장 힘이 된 건 재민이었다. 재민은 아버지의 재혼을 반대하는 누나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자신과 과거 연인 사이였던 송미주(홍수현)가 순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엔 아버지의 행복을 위해 중국지사로 떠날 결심까지 했다. 특히 폐수술을 앞둔 현수와 그의 병실을 지키던 재민이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대화하는 장면은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효심 깊은 아들과 무뚝뚝한 표정 속에 부성애를 숨긴 아버지는 많이 닮아 있었다. 건강을 되찾은 현수를 위해 재민은 다시 한번 아버지의 재혼을 추진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내딛어 도달한 해피엔딩. 현수-재민 부자가 갈등하고 화해하고 위로하며 진정한 가족애를 찾아가는 모습은 황혼 로맨스와 함께 이 드라마의 중요한 이야기 축을 형성했다.

실제 촬영장에서도 박근형은 이상엽을 아들처럼 대했고 연기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제작 관계자는 "박근형이 극 초반부터 이상엽에게 연기를 많이 가르쳤고, 이상엽도 박근형의 연기지도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흡수하면서 나날이 성장했다. 나중에는 따로 논의하지 않아도 두 배우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연기호흡이 나왔다. 박근형과 이상엽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은 정말 부자처럼 닮은 것 같다"고 전했다.

▶미친 존재감, 허진-손여은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최고의 '신스틸러'를 꼽으라면 단연 손여은과 허진이다. '미저리 며느리'라 불린 채린(손여은)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했다. 의붓딸인 슬기가 아빠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질투하고, 아이가 남편 정태원(송창의)과 자신의 사이를 이간질 한다고 오해하더니, 결국엔 아이에게 손찌검까지 했다. 평소엔 양갓집 규수처럼 얌전을 떨다가 갑작스럽게 피아노 앞에 앉아 분노의 연주를 선보이는 장면은 특히 화제가 됐다. 어린 시절 상습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종영 직전 다급하게 남편과의 갈등이 봉합됐지만, 주변 인물들에 섞여서도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채린 캐릭터는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데뷔 10년차가 된 손여은도 채린 캐릭터를 만나 마침내 무명의 설움을 날렸다.

채린 때문에 치솟은 혈압을 낮춰준 건 바로 정태원 집안의 가사도우미 임실댁 허진이다. 임실댁은 들릴 듯 말듯 꿍시렁거리는 어투로 촌철살인 독설을 쏟아내며 시청자들의 갑갑한 속을 풀어줬다. 심지어 악독한 최여사(김용림)의 갖은 구박에도 지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응대해 극에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채린과의 말다툼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어록도 탄생했다. 채린이 슬기의 하굣길 마중에 늦은 것을 임실댁이 최여사에게 알린 것을 두고 채린이 안하무인으로 따져묻자 "하는 일이 뭐 있다고 동지섣달에 아그를 길바닥에 세워놓냐"고 일침을 날리고, "계모로 들어왔으면 계모 표시 안 내고 성의껏 살아야지 어째 그렇게 내놓고 표를 낸다요"라며 꾸짖었다. 197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어느 순간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던 허진은 전무후무한 가사도우미 캐릭터 임실댁과 함께 시청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