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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칼' 꺼낸 전북, 광저우전은 '전쟁'이다

어느순간부터 광저우 헝다(중국)전을 앞둔 전북 현대에 '복수'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예전같으면 K-리그 팀들은 '공한증(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에 시달리던 중국 팀들의 복수 대상이었다. 입장이 바뀌었다. '중국 팀 정도는'이라며 가볍게 여겼던 중국 축구가 발전을 거듭해 K-리그 팀들을 목을 조르는 경계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팀이 광저우 헝다다. 광저우 헝다는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해 단숨에 아시아 최강팀으로 성장했다. 광저우는 지난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서 FC서울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제 광저우는 K-리그 팀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한-중 클럽간 맞대결 스토리의 새 지평을 연 팀도 전북과 광저우다. 악연이다. 전북는 광저우와 3년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만났다. 지난해부터 전북은 광저우만 만나면 '복수'를 외쳤다. 첫 악연의 시작은 2012년이었다. 전북은 2012년 조별리그 홈경기에서 1대5로 치욕적인 패배를 맛봤다. 대패가 빌미가 돼 조별리그에서 주저 앉았다. 2013년에는 두 차례 대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광저우와 전북은 각각 F조 1,2위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전북은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광저우는 팀 역사상 첫 ACL 우승의 영예를 누렸다. 전북이 노렸던 '복수'는 허망하게 끝이 났다.

2014년 첫 대결의 화두는 '진검승부'였다. 광저우는 이탈리아 국가대표 공격수 디아만티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전북은 '폭풍 영입'을 통해 스쿼드를 보완했다. 지난 18일 광저우에서 ACL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의 문이 열렸다. 광저우는 회심의 미소를, 전북은 울분의 눈물을 삼켰다. 경기 흐름을 순식간에 바꿔 놓은 주심의 휘슬이 명승부에 오점을 남겼다. 전북은 1-2로 뒤진 후반 13분 정인환의 헤딩골을 도둑맞았다. 문전 혼전 과정에서 정인환이 머리로 공을 밀어 넣었지만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수비수와 골키퍼를 밀었단다. 그러나 정인환의 헤딩 슈팅이 이뤄지고 난 뒤 골키퍼와의 충돌이 발생했다. 결정적 오심이었다. 전북은 오심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1골을 더 허용해 1대3으로 패했다. 후유증이 컸다. 오심과 패배가 전북의 좋았던 팀 분위기를 단숨에 흐트렸다.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오심에 대해 공식 항의까지 했다.

덕분에 전북-광저우전이 품고 있는 스토리 구성이 더 탄탄해졌다. 전북이 갈고 있는 복수의 칼날도 더 예리해졌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광저우전을 위해 성남전에 '진공청소기' 김남일을 아껴뒀다. 광저우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포항, 성남전 선수 구성도 짰다. 광저우전은 뒤도 돌아볼 필요가 없다. 무조건 베스트 멤버로 치른다. 최 감독은 "전북은 홈에서 복수를 해 줄 것이다. 그동안 몇 경기를 묶어서 선수 구성을 했지만 이번에는 다음 경기를 생각하지 않는다. 광저우전에만 '몰빵'할 것"이라며 칼을 갈았다. 전북 공격의 핵인 이동국도 최 감독의 선전포고에 힘을 보탰다. "홈에서 하는 만큼 (광저우를) 그냥 돌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전북의 '복수혈전'은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모 아니면 도'인 승부다. 전북은 현재 ACL 조별리그 G조 2위(승점 4), 광저우는 1위(승점 7)다. 복수에 성공하면 처졌던 팀 분위기는 단숨에 역전된다. 패배시, 전북은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게 된다. ACL 조별리그 조2위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북에 광저우전은 자존심, 실리, 명예가 모두 걸린 '축구 전쟁'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