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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무패' 그룹B vs '무승' 그룹A를 보는 셈법

프로축구 스플릿 시스템이 그룹A와 그룹B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 그룹A는 아무리 못해도 7위다. 그룹B는 아무리 잘해도 8위다. K-리그에 스플릿 시스템이 작동된지 2년, 그 사이 두 그룹간 차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팀이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다.

지난해와 정반대 행보다. 인천은 지난시즌 정규리그에서 골 득실차에 밀려 그룹A 진입에 아쉽게 실패했다. 그러나 인천은 시즌 최종전인 강원전 이전까지 19경기 연속 무패(12승9무) 행진을 세우며 그룹B에서 용의 꼬리 대신 뱀의 머리가 됐다. 팀 창단 이후 최다 연속 경기 무패행진의 새 역사를 세웠다. 올시즌은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리그 상위권을 유지한 끝에 6위로 그룹A에 진입했다. 그룹A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스플릿 시스템이 작동된 이후 단 1승도 신고하지 못했고, 12경기 무승(6무6패)의 부진에 빠져 있다. 이를 바라보는 김봉길 인천 감독의 셈법이 궁금해졌다. 김 감독에게 직접 그룹B에서의 무패행진과 그룹A에서의 무승이 팀에 가져오는 효과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아무래도 그룹A에서 무승을 하는게 낫다."

그룹A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 김 감독에게 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팀의 미래를 바라보는 김 감독만의 셈법은 또 달랐다. 김 감독은 먼저 지난해 그룹B의 경험을 얘기했다. "시즌 막판까지 무패행진을 벌이면서 팀이 상승세를 탔다. 갈수록 팀이 더 단단해지고 선수들의 자신감이 커진 것은 수확이다. 또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올시즌 무승의 부진에도 그룹A에서 뛰는 '경험'이 더 큰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룹A에서 팀의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었다. 골 결정력과 수비 조직력 불안이 눈에 띈다. 그룹B에서는 느끼지 못할 수 있었던 팀의 약점들이다. 그룹A에서는 강팀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젊은 선수들에게는 큰 경험이 될 것이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데 있어 선수 개인이나 팀 적으로 아주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인천은 내년 시즌 팀 리빌딩을 준비 중이다. '베테랑' 김남일과 설기현과의 재계약이 사실상 불발된 가운데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릴 예정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현재 겪고 있는 무승의 늪이 내년 시즌을 위한 투자이자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 감독의 마지막 셈법은 '유종의 미'다. 12월 1일 안방에서 열리는 수원과의 시즌 최종전이 무승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리를 거두고 시즌을 마치자고 얘기했다. 내년 시즌을 위해서라도 이기고 시즌을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