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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즈컨 2013'을 통해 블리자드가 남긴 2가지는?

'변화, 그리고 e스포츠 한류.'

단일 게임사가 주최하는 전시회로는 최대 규모인 '블리즈컨 2013'이 9~10일(한국시각) 미국 애너하임에 위치한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블리즈컨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블리자드가 지난 2005년 시작해, 거의 매년 개최하는 게임 문화 축제이다. 지난 2011년에 이어 2년만인 올해 7회째를 맞았다. 올해도175달러에 이르는 블리즈컨 입장권 2만장은 지난 4월 발매된지 몇분만에 마감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이 입장권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40달러의 가상 입장권을 구매, 인터넷으로 실시간 즐기기도 했다.

비록 미국에서 열리긴 했지만 국내 게임 유저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끈 이유는 2가지다. 한국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블리자드의 신작이 무려 4개가 발표된데다, 한국 국적의 게이머가 무려 15명이나 참가한 WCS(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의 글로벌 파이널이 함께 열렸기 때문이다.

▶e스포츠, 새로운 한류가 되다

올해 4월 출범한 WCS는 한국과 미국, 유럽 등 3개 지역에서 3개 시즌씩 열렸다. 지역별 대회, 그리고 3개 지역의 상위 5~6명씩 한 곳에 모여 겨루는 시즌 파이널을 거쳐 WCS 포인트 상위 16명이 올해 최고의 '스타크래프트2' 게이머를 가리는 글로벌 파이널에 초청됐다.

이 가운데 15명이 한국 게이머였다. '스타1'에 이어 '스타2'에서도 한국 강세는 이어졌다. 실력 위주의 랭킹 시스템이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대회가 열리기에 인기가 반감될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e스포츠 팬들에게 국적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특히 북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제동(EG)에 대해선 열광적인 응원이 이어졌다. 대회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의 팬들은 이제동의 게임 아이디인 'Jaedong'을 연호하는 것은 기본이고, 애칭인 'Dong'(동)을 활용한 'We ♥ the Dong'(우리는 '동'을 사랑한다), 한글로 쓰여진 '우유빛깔 이제동' 등의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심지어 태극기를 그려온 미국팬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케빈 에드워드(20)는 "다소 투박하지만 공격적인 플레이가 매력적이다. e스포츠는 글로벌이기에, 응원하는데 국적은 상관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어 더욱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WCS를 현지에서 중계했고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온게임넷 김정민 해설위원은 "이제동은 '아메리칸 e스포츠 아이돌'인 것 같다. 'e스포츠의 한류'라 할 수 있다. 말로만 들었는데 이 정도로 열광적일지 몰랐다. 마치 한국에서 '스타1' 전성기 때의 모습을 보는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동은 일방적인 성원에도 불구, 결승전에서 김유진(웅진)에게 세트 스코어 1대4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8강전에서 WCS 시즌3 한국 지역과 파이널 우승자인 백동준(소울)에 이어 준결승전에서 시즌2 한국 우승자인 조성주(프라임)을 연달아 물리치는 등 기세가 좋았지만 마지막 벽을 넘지 못했다.

김유진은 "경기 중에는 이제동을 열렬히 응원하던 팬들이 우승을 확정짓자 내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다. 진정으로 게임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 같았다. 한국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에서 한국의 SKT팀이 첫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첫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도 김유진이 최정상에 오르는 등 한국 게이머들의 진가는 여전하다. 한국이 종주국인 e스포츠는 확실한 한류 전파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블리자드, 변화를 시작하다

블리즈컨을 달군 4개의 신작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 '하스스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5번째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그리고 '디아블로3'의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였다.

이 가운데 블리자드판 '리그 오브 레전드'라 할 수 있는 '히어로즈'는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스타크래프'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영웅'으로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우선 케리건, 디아블로, 아서스 등 총 18개의 캐릭터와 4개의 맵이 담긴 알파 버전이 공개됐다. 내년 상반기 중 비공개 테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지난 2010년 '스타크래프트2'의 하나의 맵으로 선보였지만, 이후 피드백을 통해 독립적인 게임으로 만들어지면서 이름이 '블리자드 도타' '블리자드 올스타스'에서 지금처럼 변경됐다.

'히어로즈'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블리자드의 크리스 시거티 프로덕션 디렉터 겸 부사장은 "다른 AOS게임보다 좀 더 컴팩트하면서도 다양성을 주는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블리자드만의 색감과 깊이를 담겠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히어로즈'는 20분 내외에서 승부가 나도록 계획하고 있다. 팀 전투이지만 각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영웅 캐릭터가 워낙 유명한데다, 액션성이 뛰어나고 맵도 다양해 확실히 즐기는 맛이 남달랐다. 출시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 2'의 인기를 능가할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재 베타서비스가 진행중인 카드 게임 '하스스톤'의 경우 PC와 아이패드뿐 아니라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모바일게임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PC와 모바일을 완벽히 연동할 수 있어, 인기 상승세에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를 통해 어떤 캐릭터라도 즉시 90레벨로 성장이 가능하고, 레벨 제한도 100까지 상향됐다. 새로운 지역과 던전, 시나리오, 퀘스트가 선보이는 동시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초창기처럼 하드코어한 분위기로 회귀한 느낌을 주고 있어, 과연 예전 유저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쨌든 블리자드는 AOS게임이나 카드 게임 등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를 개척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대서사시'(epic)적인 무거운 게임만 만들던 블리자드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IP를 활용한 것이고, 혁신적인 게임은 등장하지 않았다.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꿀 블리자드의 신작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개발자와의 대화, 록 콘서트, 코스튬 플레이 등 유저와 함께 즐기는 게임 축제의 전형을 블리자드는 다시 한번 보여줬다.애너하임(미국)=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