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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개미 된 울산 김용태, 뒤늦게 뜨는 '김호곤의 아이'

김호곤 울산 감독은 미드필더 김용태(29)를 '개미'라고 표현한다. 김 감독은 "움직임은 좋은데 골대 앞에만 서면 늘 작아졌다. 집중력이 떨어져 슈팅을 건성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 그러나 올시즌 단점을 많이 보완했다"며 웃었다.

프로 9년차 김용태가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김용태는 3일 인천전에서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30분 천금같은 헤딩 결승골을 터뜨렸다. 울산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행을 자신의 발로 확정지었다.

울산 선수들의 기(氣)가 담긴 결승골이었다. 울산 선수들은 비행기를 타면 일명 '스티커 장난'를 즐긴다. 승무원이 음료수를 나눠줄 때 잠이 든 승객을 위해 붙여놓는 스티커를 동료에게 몰래 붙이는 장난을 친다. 인천행 비행기 안에선 김용태가 당첨됐다. 잠을 잔 것이 실수였다. 뒷머리 뿐만 아니라 뒷주머니에도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한 김용태는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김용태가 인천전에서 골을 터뜨리자 선수들은 '부적 효과'라고 장난을 미화시켰다. 김용태는 "스티커가 '부적의 힘'으로 작용한 것 같기도 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경남 양산 하곡초 6학년 때 축구화를 신은 김용태는 부모의 만류에도 선수의 길을 택했다. 축구 인생의 전환점은 두 번 찾아왔다. 첫 번째는 2011년이었다. 상주 상무에 입대한 김용태는 박항서 감독을 만나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았다. 대전(2006~2008)과 울산(2009~2010)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한 그는 박 감독의 권유로 윙어로 변신했다. 장기인 빠른 스피드와 돌파가 살아났다. 김용태는 "당시 포지션 변경이 '약'이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는 올해다. 김 감독의 믿음으로 기량이 만개했다. 김용태는 "김 감독님은 어려우면서도 편안한 감독님이다. 믿고 써주시니 경기력도 많이 좋아졌다. 요즘에는 따로 불러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 강한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예비 '아빠'의 강한 책임감도 김용태에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비교적 이른 나이(25세)에 결혼한 김용태는 "아내 배 속의 아이를 주위에선 '복덩이'라고 말들 한다"고 전했다.

김용태의 꿈은 생애 첫 우승을 맛보는 것이다. 지난시즌 울산이 ACL 정상에 섰지만, 상무 제대 이후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 꿈은 올시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울산은 K-리그 클래식 우승에 바짝 다가서있다. 김용태는 "프로선수로 첫 우승을 해보고 싶다. 올해가 기회"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