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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삼성 중심타선의 기분좋은 주기있다

지난 29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마친 뒤 잠실구장을 빠져나가던 삼성 채태인은 "이제 한 개 쳤을 뿐이다"며 이를 악물었다.

채태인은 이날 올시즌 한국시리즈 첫 홈런포를 가동하며 4타수 1안타 2득점으로 7대5 승리를 도왔다.

1승3패의 벼랑 끝에서 힘겹게 거둔 승리 때문인지 안도의 한숨을 몰아 쉰 그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내뱉은 "이제 한 개 쳤을 뿐이다"는 이제 두고보라는 의미였다.

그런가 하면 박석민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했을 때 모두들 떠난 덕아웃에 혼자 남아 자신의 방망이를 부러져라 내리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타자에게 방망이는 전쟁터 나간 병사의 총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소중한 물건으로 자신에게 분풀이를 할 정도로 독이 바짝 올랐다는 것이다. 박석민은 5차전에서 2타수 2안타 2타점의 활약으로 힘을 보탰다.

기사회생의 5차전에서는 채태인 박석민 뿐만 아니라 최형우(5타수 3안타 1홈런, 2득점 1타점), 이승엽(4타수 1안타, 1득점) 등 이른바 폭탄타선도 덩달아 살아났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 살아났다. 삼성에게는 그만큼 희망이 커졌다. 이들 중심타자의 방망이 컨디션 주기를 보면 더 독이 오르면 올랐지 가라앉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올시즌 삼성에서 양대 홈런 타자였던 최형우와 채태인은 페넌트레이스에서 기분좋은 홈런 주기를 나타냈다. 우선 최형우의 경우 총 128경기에 모두 출전하는 동안 29개의 홈런을 쳤는데 홈런을 기점으로 다음 경기서 안타에 성공한 경우가 20번에 달했다. 시즌 최종전에서 29번째 홈런을 친 것을 제외하면 홈런 이후 침묵한 경우는 8번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6월9일 두산전 홈런 이후 개인 최다 연속 기록인 9경기 연속 안타를 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시발점이 두산전이었다.

94경기를 뛴 채태인은 11개 홈런을 치는 과정에서 홈런 이후 연속 경기 안타에 성공한 경우가 7번이었다. 이 가운데 5차례는 홈런 이후에도 연속 경기 안타를 기록했다.

최형우와 채태인이 5차전에서 친 홈런은 안타행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5차전에서 올해 한국시리즈 처음으로 2루타와 함께 득점을 올린 이승엽은 득점 기록과 기분좋은 주기가 있다. 이승엽은 페넌트레이스에서 111경기 112안타(타율 0.253)으로 좋은 성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득점 이후 안타를 친 경기가 30번에 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17번이었다. 특히 이승엽은 안타수는 적지만 연속 경기 안타를 치지 못한 경우는 5번밖에 안됐다.

나머지 경기서는 평균 2∼3경기 연속으로 꾸준하게 안타를 생산했다.

5차전 2안타를 친 박석민은 멀티안타와 좋은 인연이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출전한 총 117경기 가운데 멀티안타를 치고 나서 침묵한 경우가 12경기에 불과하다. 멀티안타로 타격감을 살렸다 하면 연달아 터뜨리는 능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홈런과 안타 맛을 아는 이들 4총사가 마침내 발동을 걸었다. 그래서 한국시리즈는 더 흥미로워졌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