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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⑬]쇼호스트 유난희 '22번 낙방 끝에 결혼하고 꿈 이뤄'(1)

조 단위를 움직이는 여자, 1분에 1억을 파는 여자, 지난해 매출 3000억을 기록한 여자. 중견 기업의 여자 CEO의 이야기가 아니다. 업계 최초로 억대 연봉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쇼호스트 유난희의 이야기다. 1세대 쇼호스트로서 과장된 호객 멘트보다 팩트와 정보를 중시하고, 매진보다 반품률 낮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이 팔기보다 신중하게 사기를 권하는 여자, 쌍둥이의 엄마이자 열혈 워킹맘 유난희를 만났다.

정리=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 "백지연 이금희 오영실 붙고, 저는 불합격했죠."

박경림(이하 박)- 꿈을 믿고, 그 길을 걸어왔던 의지의 엄마 유난희씨와 만났네요.

유난희(이하 유)- 하하. 감사합니다.

박-평소 유난희씨를 보면 밝은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역경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됐네요.

유- 저도 잊어버리고 살다가 인터뷰할 때 기억이 나요.

박- 쇼호스트라는 직업이 대한민국에 알려진 게 10년 정도지요. 1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이 분야에 첫 발을 딛게 된 이유가 있나요.

유- 처음에 꿈은 아나운서였어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아나운서라는 꿈을 꾸기위해 달려왔는데요. 아버지가 가정 선생님을 했으면 해서 가정관리학과를 전공하다가,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서 영문과로 갔어요. 당시만해도 부전공이 인정이 안됐었거든요. 학교 방송국에 갔더니 영문과 출신이 많더라고요.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아카데미도 다니고 준비했어요. 하지만 첫 번째 해에 떨어졌죠

박- 첫 시험에서 떨어져서 마음이 안좋았겠네요.

유- 당시 쟁쟁한 분들이 많았어요. 이금희 아나운서, 오영실 아나운서, 정은아 아나운서, 백지연 아나운서까지요. 저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나봐요.

박- 진짜 어마어마한 분들이 나온 해였네요.

유- 당시 명동에 있는 유명한 사진관 허바허바에서 프로필도 찍고, 미스코리아들이 다수 배출된 마샬 미용실에서 당시 15만원을 주고, 메이크업과 헤어를 했거든요.

박- 엘리트 코스인거죠?

유- 근데 떨어졌어요. 평소에는 화장도 안하고, 맨 얼굴로 다녔는데, 마샬 미용실에서 머리도 미스코리아처럼 사자 머리로 하고, 아나운서 시험장에 갔더니 그게 오히려 안좋게 작용하더라고요. 이상하게 화장한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박- 총 몇 번이나 떨어졌나요.

유- 22번이요.

박- 22번, 대단하다. 말이 22번이지, 몇 년동안 계속된 거 잖아요.

유- 그쵸. 95년도에 됐으니까요. 88년도부터 시작해서 8년 정도 아나운서 시험을 봤어요. MBC는 중간에 4년 동안 공채를 뽑지 않았는데요. 그때는 전문 MC를 뽑았는데, 김현주씨나 허수경씨한테도 밀렸죠. 뽑힐만한 분들이 다 뽑혔어요.

박- 시험을 오래봐서 아나운서 친구는 정말 많겠어요.

유- 네. 하하. 같은 아카데미 출신도 많죠. 오영실 아나운서나 진성희 아나운서, 선배로는 윤금자 아나운서, 다 같은 아카데미였죠.

박- 대부분 3~4년 해보고 아니면 '난 아닌가보다' 이런 생각하는데, 계속 시험을 본 끈기가 대단하네요.

유- 사실 끈기도 끈기지만 예전에는 한 길밖에 몰랐어요. 그만큼 사고가 경직됐고요. 어려서부터 모범생 스타일이라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배우도 하고 싶었지만 군인 아버지가 완고하신 편이었죠. 그때는 배우들이 지금처럼 대우를 받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그래도 텔레비전에는 나오고 싶었고요. 그래서 배우보다는 부모님이 좋아할 직업을 선택한거죠.

박- 부모님이 엄하셨나봐요.

유- 아버지가 군인이었는데요. 집에 '군인 가족이 지겨야할 것'이라는 글도 있었을 정도였죠. 예를 들면, 전쟁이 일어나면 도망가지말고 맞서 싸운다. 이런 내용인데요.

박- 그런 것도 있나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유- 아버지가 써서 붙여놨는데, 근면 성실하고, 효도하고, 애국하고, 이런 모범 답안들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굉장히 바르고, 어른이 오시면 먼저 식사를 해야하고, 밥상 물릴 때까지 저희 밥도 안 주실 정도로 엄격하셨죠.

박- 궁금하네요. 계속 아나운서를 시험보다가 쇼핑 호스트로 간 이유는요.

유- 결혼도 하고, 아나운서 시험을 더는 보기가 어려웠어요. 나이 제한도 있었고요. 사실 22번은 아나운서 시험만 친거지만, 대기업, 중소기업, 성우 등 다양한 시험을 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