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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두산, 시즌 세번째 찾아온 크레이지 모드

'크레이지 모드'다.

두산의 행보에 거칠 것이 없어 보이다. 두산은 지난 2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연장 13회 끝에 5대1로 승리하며 원정 2경기를 모두 잡는 쾌거를 이뤘다.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시권이다. 두산은 잠실에서 열리는 3~5차전서 승부를 끝낼 심산이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어려울 것도 없어 보인다.

두산은 이번 포스트시즌서 8승3패를 기록중이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패한 뒤로는 8승1패의 가파른 상승세다. 최근 9경기에서 8승이나 거뒀다는 이야기다.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한 경기만 내줬을 뿐 '이기는 경기'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기간 두산은 게임당 4.44득점을 올렸으며, 팀평균자책점 1.94, 팀타율 2할1푼4리를 기록했다. 투수들이 모두 자기 역할을 하고 있고, 타선은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진이 연일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고 있다. 이날 2차전서는 오현택 핸킨스 정재훈 김선우 등 6명의 불펜진이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4일 1차전서는 변진수 정재훈 윤명준 오현택 4명의 불펜을 동원해 2⅔이닝을 1실점(비자책)으로 틀어막으며 선발 노경은에게 승리를 안겼다. 당초 두산은 삼성에 비해 불펜진이 불안해 경기 후반 싸움에서는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1,2차전 두산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0.93으로 2.25를 기록한 삼성을 압도했다. 삼성은 2차전서 믿었던 마무리 오승환이 연장 13회 오재일에게 결승 홈런을 내주며 무너지기도 했다.

타선의 집중력도 눈에 띈다. 1차전에서는 12안타로 7득점, 2차전서는 10안타로 5득점을 올렸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김현수가 살아났고, 상하위 타선 구분없이 찬스에서 적시타를 터뜨리고 있다. 홈런도 2경기서 3방이나 나왔다.

선발투수들도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 1차전서 노경은은 6⅓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2차전 선발 니퍼트는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승부를 불펜 싸움으로 몰고갔다. 플레이오프 MVP에 오른 유희관은 이번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했다. 21⅓이닝 동안 2점 밖에 내주지 않았다. 노경은은 포스트시즌 3경기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올렸고, 니퍼트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경기에서 1승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다. 삼성 선발진을 압도하는 성적표다. 수비 실책은 9경기에서 2개 밖에 범하지 않았다. 공수주에 걸친 밸런스가 완벽에 가깝다.

두산은 정규시즌서도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보인 적이 두 번 있다. 지난 6월21일부터 7월6일까지 10경기서 8승1무1패를 기록했는데, 당시 두산은 4할대였던 승률을 5할3푼으로 끌어올리며 상위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었다. 같은 기간 노경은, 니퍼트,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탄탄했으며, 마무리 홍상삼이 세이브 투수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타선도 10경기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게임당 5.8득점을 올렸다. 두산은 8월29일부터 9월6일까지 올시즌 최다인 7연승을 달리며 선두 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보통 이같은 '크레이지 모드'는 한 시즌 두세 번 밖에 찾아오지 않는데, 두산은 '운 좋게도' 포스트시즌서 또 한 번의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