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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노경은, 3회 70구 압박 이겨낸 에이스 책임감

포스트시즌이라고 모든 경기의 부담감이 같은 건 아니다.

유독 감당하기 버거운 경기가 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차근차근 치고 올라온 두산. 그 중심에 노경은이 있었다. 고비마다 그는 두산에 있어 행운의 열쇠였다.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선발마운드에 올랐고 팀은 그 때마다 이겼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연패 후 맞은 지난 11일 잠실 3차전. 벼랑 끝 선발이란 중책을 맡은 노경은은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7회 김민성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았지만 노경은 덕에 두산은 연장 혈투 끝에 4대3 승리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16일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도 선발은 노경은의 몫이었다. 니퍼트와 유희관 모두 나설 수 없는 상황. 1차전은 무척 중요했다. 어깨가 무거웠다. 노경은도 부담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1회 LG 이병규(7번)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았다. 하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1회 2실점 후 6회까지 무실점 행진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플레이오프 향방을 가른 1차전 승리였다.

노경은에게 또 한번의 중책이 맡겨졌다. 24일 적지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부담되는 임무. 힘겨웠지만 멋지게 소화해냈다. 1회 박석민에게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악전고투 속에서도 더 이상 실점은 없었다. 6⅓이닝 동안 7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4피안타 1실점. 그 사이 타선이 대폭발하며 7득점으로 노경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끈질긴 삼성 타자들로 인해 초반 투구수가 많았지만 볼넷을 최소화(2개)하는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지켜낸 승기였다.

1회가 또 한번 힘들었다. 삼성 테이블세터 배영섭 박한이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과정이 힘겨웠다. 톱타자 배영섭에게 9개, 박한이에게 6개를 던졌다. 15개의 진땀 승부. 박석민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가 높은 쪽으로 실투가 됐다. 초구부터 노림수를 가지고 나온 박석민이 거침 없이 돌린 배트에 걸렸다. 선제 피홈런.

2회 두산 타선의 집중타로 3-1 역전에 성공했지만 삼성 타자들은 끈질긴 승부로 노경은을 괴롭혔다. 2회 채태인 이승엽을 쉽게 잡아냈지만 2사 후 하위타자 김태완 이정식 정병곤이 무려 23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그 와중에 2사 1,2루에서 정병곤에게 폴대를 살짝 비켜가는 파울 홈런은 노경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3회에도 삼성의 끈질긴 투구수 늘리기는 이어졌고 3회를 마친 시점에 노경은의 투구수는 무려 70개. 오래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노경은은 영리했고 책임감이 강했다. 4회부터 빠른 템포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삼성에 비해 불펜이 불안한 두산임을 감안한 패턴 전환. 자신이 최대한 오래 버텨줘야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4회 11개, 5회 12개, 6회 10개로 투구수를 최소화했다. 노경은이 악착같이 버티는 동안 두산은 5,6회 4점을 보태며 7-1로 점수 차를 벌렸다. 초반 투구수 관리 실패로 5회 이전에 조기강판했다면 후반 게임 흐름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었다.

절체절명의 포스트시즌 3경기 마다 6이닝 이상을 꼬박꼬박 책임지며 위대한 승리의 주춧돌을 놓은 토종 에이스. 노경은의 가치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 다시 한번 빛났다. 욱일승천 두산 기세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바탕 화면에 깔린 노경은의 멋진 책임투구였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