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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탑팀'-'상속자들' 의외의 부진 왜?

당초 올 가을 수목극 전쟁은 MBC '메디컬 탑팀'과 SBS '상속자들' 간의 2파전으로 점쳐졌다. 방송가 안팎에선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주저없이 이 두 작품을 손꼽았다. '메디컬 탑팀'은 '해를 품은 달' 김도훈 PD와 '브레인' 윤경아 작가의 합작품. '상속자들'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 수많은 히트작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인 만큼 흥행요소가 충분했다. 두 작품은 10월 첫 방송을 시작해 12월 종영한다. 사실상 올해의 마지막 수목극 맞대결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에 이들은 손색 없어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반전됐다. 비교적 주목을 덜 받았던 KBS2 '비밀'이 의외의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다. 지난 9월 25일 전국 시청률 5.3%(닐슨코리아)로 출발한 '비밀'은 지난 3일 10.7%를 기록하며 방송 4회 만에 두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다. SBS '주군의 태양'이 종영한 직후인 5회부터는 수목극 1위에 올라서며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새로 쓰고 있다. 가장 최근인 17일 8회분의 시청률은 무려 15.3%.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메디컬 탑팀'과 '상속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9일 나란히 첫 발을 뗀 이들은 2주 앞서 방송을 시작해 한창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비밀'의 상승세에 눌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주군의 태양'을 이어 받은 '상속자들'은 11.6%로 출발해 4회까지 방송된 현재까지 10~11% 수준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고, '메디컬 탑팀'은 1회 시청률 7.3%에서 4회 시청률 6.1%로 소폭 하락했다. 두 작품 모두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만큼 낮은 성적이다.

'메디컬 탑팀'은 극의 주요 배경인 의료협진팀 '탑팀'의 결성 과정과 각각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초반부를 할애했다. 탑팀은 성공률 50% 이하의 고난도 수술과 희귀 질환의 정복을 목표로 한 의료협진 프로세스로 외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전공의, 수술 전문 간호사 등으로 구성됐다. 병원 내 갈등 구조를 통해 의료민영화 같은 사회적 화두에 대한 씨앗도 심어놓았다. 하지만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느라 의학드라마의 핵심인 속도감과 긴장감은 다소 부족했다.

'상속자들'도 주요 인물을 한자리에 모으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크리스탈, 강민혁, 박형식, 강하늘 등 주요 캐릭터가 같은 고등학교에서 만나는 건 5회부터다. 초반부에 캐릭터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 속도감 있는 전개를 펼쳤던 김은숙 작가의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평이 많았다. 부유층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학원물이 아니라 청춘 로맨스물이라는 것도 캐릭터에 이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주는 요소다.

그러나 무엇보다 장르의 중복으로 인한 피로감이 시청률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상속자들'은 전작인 '주군의 태양'처럼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메디컬 탑팀'은 직전에 종영한 KBS2 '굿닥터'로 인해 신선함이 반감됐다. 내용의 참신함을 떠나서 시청자들에게 장르적으로 환기 효과를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메디컬 탑팀'의 경우 의학드라마이기 때문에 '굿닥터'와 내용이 다르다고 해도 비슷한 구조로 비춰지는 점이 있다"며 "두 드라마 사이에 휴지기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비밀'은 정통 멜로극을 표방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아이를 낳고, 또 그 아이를 잃고 처절하게 오열하는 등 한마디로 '센' 설정이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최근 방송된 드라마 중에 이처럼 멜로에 치중한 작품은 드물었다. 흔하다고 생각되는 멜로물이 오히려 차별성을 갖게 된 셈이다. 여기에 황정음, 지성, 배수빈 등 배우들의 열연은 화제성을 배가시키는 요소가 됐다.

그렇다고 '메디컬 탑팀'과 '상속자들'에게 반등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 드라마 모두 23일 방송되는 5회 이후를 승부처로 보고 있다. '메디컬 탑팀'의 한 관계자는 "탑팀의 활약을 예고한 4회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좋아졌다"며 "탑팀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병원 내 권력다툼과 희귀병에 대한 이야기 등이 시작되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속자들' 역시 "5회부터 '상속자들'의 진짜 스토리가 시작된다"고 예고하며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인다는 평이 많아 초반 분위기는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