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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십시리즈 MVP 우에하라의 롤로코스터 야구인생

류현진(LA 다저스)의 포스트시즌은 끝났지만, 우에하라 고지(보스턴 레드삭스)의 가을야구는 현재진행형이다.

1975년 생, 38세. 프로야구 선수, 특히 투수로는 적지않은 나이다. 2000년대 초중반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뽑혔던 우에하라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던 다른 스타 선수들 처럼 더 큰 무대로 떠났다.

2009년, 34세의 나이에 그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선수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어쩌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한때 요미우리 에이스, 일본을 대표하는 간판투수였던 우에하라에게 주어진 보직은 주로 중간계투. 요미우리 시절 마무리로 뛴 경험이 있지만 왠지 맞지 않는 옷 처럼 어색해 보였다. 어쩌면 이게 우에하라의 현실적인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보직일 수도 있다.

지난해까지 4년 간 5승9패14세이브25홀드. 1999년 프로 첫 해에 20승을 거두며 신인왕과 사와무라상을 동시에 받았고, 최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각각 두 번씩 기록했던 우에하라다. 그의 일본시절 이름값을 생각하면 메이저리그 4년 간 받아든 성적이 초라해 보인다. 텍사스 소속이던 2011년에 22홀드(평균자책점 2.35)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주목을 받은 말한 성적은 아니다. 누가봐도 30대 후반에 접어든 우에하라의 야구인생은 기우는 듯 보였다.

그리고 지난 겨울 그는 보스턴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볼티모어, 텍사스에 이어 세번째 유니폼이었다. 보스턴은 우에하라의 메이저리그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에하라는 올해 정규시즌 73경기에 등판해 4승1패21세이브13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09. 출전경기수와 세이브기록, 평균자책점 모두 메이저리그 진출 후 최고의 기록이다. 중간계투로 시작해 시즌 중반에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우에하라는 20일(한국시각) 홈구장인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9회에 등판했다.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5대2 리드를 지켜냈다. 보스턴은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4승2패를 기록,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우에하라는 이번 시리즈에서 1승3세이브를 기록했다. 디트로이트의 막강 타선을 상대로 6이닝 4안타 9탈삼진 무실점을 마크했다. 그는 팀이 거둔 4승에 모두 함께했다. 시리즈 MVP도 자연스럽게 우에하라에게 돌아갔다.

우에하라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반전이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분이 최고이지만 솔직히 무섭다. 올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경기가 끝나고 동료들이 헹가래를 칠 때 토할뻔 했다"고 말해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구원투수가 시리즈 MVP가 된 것은 2003년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 이후 10년 만이라고 한다. 마쓰이 히데키가 뉴욕 양키스 시절인 2009년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됐는데, 리그챔피언십 MVP는 우에하라가 일본인 선수 첫 수상이다. 우에하라는 MVP 수상으로 계약에 따라 보너스 5만달러를 받게 됐다. 이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월드시리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