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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와일드피치? 패스트볼? LG를 울린 공 하나

승부는 공 하나에 갈렸다. 폭투로 인해 결승점이 나올 수 있었다. 이긴 팀도 진 팀도 개운치 못할 공 하나였다. 그렇게 플레이오프는 막을 내렸다.

경기 내내 0-1로 끌려가던 LG가 7회 박용택의 적시 2루타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분위기가 넘어올 수 있는 상황.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역전에는 실패했지만 분명 기회는 기회였다. LG 선발 우규민이 4회 1사 후 퍼펙트한 피칭을 선보이고 있었다. 분명 흐름은 LG로 넘어오는 듯 했다.

하지만 동점이 되자, 우규민이 다시 흔들렸다. 몸에 맞는 볼 2개가 나오면서 1사 1,2루. 결국 LG 벤치는 1번 이종욱부터 시작되는 좌타 라인에 맞춰 우규민 대신 좌완 이상열을 냈다.

이상열은 이종욱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2개를 잘 잡았다. 살짝 떨어지는 포크볼로 초구에 헛스윙, 그리고 2구째에 바깥쪽 꽉 찬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볼카운트 0B2S, 투수가 극단적으로 유리한 카운트였다.

7회부터 LG 포수는 현재윤, 투수가 유리한 볼카운트. 당연히 유인구가 하나 나올 법 했다. 하지만 너무 빠졌다. 이상열이 던진 슬라이더는 바깥쪽 낮은 코스로 멀리 휘어 나갔다.

공이 뒤로 빠졌다. 현재윤이 미처 블로킹하지 못했다. 주자 2,3루. 이종욱은 5구째 공을 공략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2-1, 결승점이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폭투 하나가 없었다면, 실점은 없었을 것이다. 통한의 폭투, 끝내기 폭투에 비할 만한 아쉬운 장면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 폭투는 경기를 지배하기 마련이다. 결정적인 실수 중 하나다. 두산 홍상삼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때 한 이닝에 폭투를 3개나 범하면서 포스트시즌 역대 한 이닝 최다 폭투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한 경기 최다 폭투 타이기록(92년 한국시리즈 1차전 롯데 박동희)이기도 하다.

끝내기 폭투로 승부가 갈린 건 두 차례 있었다. 87년 플레이오프 4차전 최일언(OB)과 2000년 플레이오프 1차전 진필중(두산)이 끝내기 폭투를 기록했다.

야구장엔 홈플레이트부터 백네트까지 18.29m 이상의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투수 혹은 포수의 실수로 공이 뒤로 빠진다면, 상대의 진루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수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야구의 묘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이 뒤로 빠졌을 때, 책임소재는 애매하다. 투수가 포수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즉 포수 머리 위 높은 곳이나 좌우 멀리 던졌을 때. 혹은 원바운드돼 막아내기 힘든 경우는 와일드피치(폭투)로 기록된다.

반면 포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임에도, 미트에 맞고 나가거나 포수의 움직임이 잘못돼 공이 뒤로 빠지면 패스트볼(포일)이다. 이는 전적으로 기록원의 판단에 따른다. 만약 폭투로 기록된 뒤 상대가 득점에 성공한다면 투수의 자책점이지만, 포일의 경우 포수의 실책으로 비자책점이 된다.

사실 이상열의 폭투 역시 포수 현재윤의 블로킹이 좋았다면 막아낼 수도 있었다. 블로킹이 다소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만약 포수의 실수로 인정됐다면, LG 선발 우규민의 자책점은 없었을 것이다.

누구의 실수든, 실점은 실점이다. 최근 야구에선 원바운드성 유인구를 많이 던진다.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는 변화구도 일반적이다. 포수에게 많은 짐이 지워졌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포수 포지션의 숙명이다.

4차전을 내준 폭투 하나, 11년만에 가을잔치에 초대된 LG엔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