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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8년 역사, 이래서 '무도 무도' 하는 구나

"다이나믹듀오의 개코가 가이드한 노래가 더 좋다던데?"(유재석)

"(버럭) 개 같은 소리 하지 말라."(박명수)

"이 얘기는 기사에 꼭 써달라."(유재석)

"제발 빼달라. 대신 더 큰 걸로 드리겠다."(박명수)

포복절도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서로 투닥거리고 면박을 주는 모습이 본방송 한편을 보는 듯 유쾌했다. 그러나 진지한 이야기엔 성의와 진심을 다했다. MBC '무한도전' 8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 '자유로 가요제'가 열린 17일 오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7명의 멤버들이 취재진 앞에 섰다.

가요제 당일이라 표정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그러나 "무대에서 탈진할 준비가 됐다"며 모두들 각오가 대단했다. "가요제의 사나이"를 자처한 정형돈은 "이 기획 자체가 나를 위한 것이다. 나는 이미 스타 메이커로 자리를 잡았다"고 허세를 부려 현장 분위기를 풀었다.

멤버들은 저마다 우승을 자신했다. 정형돈은 파트너 지드래곤을 첫 손에 꼽았다. 이른바 '지디빨'이 있다는 설명. 그는 "가요제 참가곡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듣는 사람에 따라서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지디발로 1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명수는 자신의 과거 히트곡들을 거론했다. 올림픽대로 가요제 참가곡 '냉면'과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의 '바람났어'가 연달아 1등을 했다는 것. 그는 "이번곡 '아이 갓 시(I got see)'로 3연패 하겠다"며 "이번엔 나에게 맞춘 곡이라 고음도 3번 만에 불렀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재석은 "알앤비 장르와 계절적 요인이 잘 맞아서 돌풍을 몰고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고, 하하는 음원 경쟁 포기를 선언하며 "청취용이 아니라 보기에 신나는 곡이라서 공연장에서 보면 아마 '미춰버릴' 거다"라고 말했다. 길은 "내가 리쌍이고 히트곡이 많지만 가요제에서 '리쌍발'은 통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노래는 보아가 전적으로 작사작곡을 했으니 나에겐 책임이 없다. 이번 순위는 보아가 독박 쓰는 걸로 하겠다"고 말해 멤버들의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앞서 3번의 가요제는 방송 직후 매번 음원차트를 휩쓸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가요계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판과 가수들의 예능 진출과 다를 바 없다는 옹호의 목소리로 나뉘어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구산 CP는 "처음엔 음원을 발매할 생각이 없었지만 방송 후에 시청자들이 음원으로 소장해 즐기고 싶다는 요구가 있어서 음원을 공개하게 됐다.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출시했지만 생각보다 반향이 컸던 건 사실이다. 가요제 음원이 가요계에 영향을 미치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멤버들도 음원수익을 전액 기부하고 있다. 널리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다. 멤버들을 대표해 답변에 나선 유재석도 "가요계에서 힘들게 제작을 하는 분들에게 본의 아니게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며 "노래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저희의 진심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멤버들의 소회는 적잖은 감동을 안겼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다짐도 함께했다. 유재석은 "무얼 하면 웃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재미를 드릴 수 있을까, 이 한가지만 생각한다. 매회 비판과 질책, 박수와 응원 모든 것에 감사드리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홍철도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그럴 수는 없을 거 같다.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 '무한도전'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가정 교육을 받는 것 같다"면서 '무한도전'이 인생에 끼친 영향을 되돌아봤다.

하하는 '무한도전'을 '로또'라고 표현했다. "어느 순간 이것 없이는 못살 것 같은 삶의 일부가 됐다"며 "사람 만들어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정준하 역시 "'무한도전'은 나에게 채찍질 해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이고 기쁨인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길은 "하차부터 시작해서 소송 문제까지 내가 제일 사고뭉치였다"고 고백하며 "항상 목숨 걸고 촬영했어도 항상 모자랐다. 그럴 수록 힘이 돼 준 멤버들과 스태프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가요제 장소인 임진각으로 향하기 전, 멤버들은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으니 두터운 옷을 꼭 챙겨입고 오라"며 따뜻한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이날 자유로 가요제는 수천명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대성황을 이뤘다. 정형돈과 지드래곤의 '형용돈죵', 유재석과 유희열의 '하우두유둘', 노홍철과 장미여관의 '장미하관', 하하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세븐티 핑거스', 박명수와 프라이머리의 '거머리', 길과 보아의 '갑', 정준하와 김C의 '더블플레이' 등 7팀이 무대에 올라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