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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지기 황선홍-윤성효, 싱겁게 끝난 12번째 맞대결

황새와 스라소니, 황선홍 포항 감독(45)과 윤성효 수원 감독(51)의 인연은 20년 세월을 훌쩍 넘었다.

1991년 독일에서 첫 만남이 그려졌다. 당시 황 감독은 건국대를 갓 졸업하고 독일 무대에 진출한 신예였고, 윤 감독은 포철(현 포항)의 베테랑이었다. 이역만리 타지에서 외로운 도전을 하는 후배를 선배는 정으로 보듬었다. 후배는 선배를 친형처럼 따랐다. 이후 1993년 포철에서 동고동락을 시작으로 수원(윤성효)과 포항(황선홍)을 대표하는 맞수를 거쳐 2000년엔 수원에서 사제지간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방향은 때때로 달랐지만 정상이라는 지향점은 같았다. 흐르는 세월 속에 쌓은 우정은 누구보다 깊다.

축구화를 벗은 뒤 선택한 지도자의 길은 선후배를 냉정한 승부의 세계로 이끌었다. 윤 감독이 숭실대를 대학 최강으로 올려세운 뒤 수원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부산을 이끌던 황 감독과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2011년 황 감독이 포항, 올해 윤 감독이 부산으로 자리를 바꾸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맞대결은 꾸준히 이어졌다. 3년 간 치러진 11차례 맞대결에선 '스라소니' 윤 감독이 '황새' 황선홍 감독에게 5승2무4패로 앞섰다.

부산에서 교차하는 운명이 얄궂다. 윤 감독은 부산이 포항을 상대로 이어온 6경기 연속 무패(2승4무)의 기록에 1승1무를 더 보탰다. "이상하게 부산만 만나면 잘 안풀린다." 쓴웃음을 짓는 황 감독의 얼굴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한 수 위의 전력으로 경기를 주도하고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다. 최근 흐름도 그다지 좋지 않다. 3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치면서 울산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위권 팀과 좁혀진 승점차 탓에 상위권 수성도 쉽지 않은 처지다. 가뜩이나 갈 길이 급한 상황에서 만난 부산전은 부담이었다. 황 감독은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맛을 다셨다.

반면 4연패 중인 부산은 여유가 있었다. 윤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비가 올 줄 알고 훈련복 차림으로 나왔다. 양해해달라(웃음)." 황 감독과의 승부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소식에 "그런가, 나도 모르고 있었다"고 활짝 웃은 뒤 "특별히 노하우라고 할 게 뭐가 있겠나. 그저 최선을 다 할 뿐이다. 봐주고 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선후배의 12번째 맞대결, 결과는 무승부였다. 포항과 부산은 9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가진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전반전에는 부산, 후반전엔 포항이 공격을 주도했다. 그러나 양 팀 모두 웃지 못했다. 골키퍼 선방과 빈약한 결정력에 바람 변수까지 겹쳤다. 포항은 4경기 연속 무승부에 부산전 무승 탈출 실패까지 겹치며 망연자실했다. 부산은 포항전 무패 기록을 이어갔지만 리그 6경기 연속 무승(2무4패)에서 빠져 나오진 못했다. 황 감독은 경기 후 결정력을 한탄했다. "득점하지 못한다면 승리도 없다. 전반적인 경기력은 괜찮았지만, 그 부분(결정력)에 대해선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 윤 감독은 "포항이 우리 팀에 비해 개개인의 기량이 괜찮은 선수들이 많다. 그렇지만 (부산전에서) 계속 승리를 따내지 못하다보니 아무래도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