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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성남일화,성남-안산 그저 바라만보고 있는 이유

"미국은 프로스포츠를 '공공재'로 인식한다. 한국은 '수익사업'으로 본다."

성남 일화 사태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의 분석이다. 성남 일화의 모기업인 통일그룹이 올해초 경영에서 손을 뗄 뜻을 밝혔다. 안산시 인수설이 불거지자, 성남 축구팬들이 거세게 들고 일어났다. 지난 5월 인수 불가 방침을 통보했던 성남시가 재검토에 들어갔다. 한 총장은 요즘 바쁘다. K-리그의 역사인 성남 일화가 해체 위기를 맞았다. 프로축구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성남 일화 인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남, 안산을 오가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24일 성남지역언론사협의회가 주최한 '성남 일화 인수 쟁점과 대안 모색 토론회' 객석에서도 한 총장을 만날 수 있었다.

▶축구계 "프로스포츠의 문화적, 콘텐츠적 가치"

토론 말미에 객석에 앉아있던 한 총장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성남 일화가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소식 듣고 당황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연맹 입장에서 뛰지 않을 수 없다. 안산도 가보고 성남 시의회 의장도 찾아뵙고 해결방법을 모색중"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한 총장은 프로스포츠에 대한 인식차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국 뉴욕시는 프로야구 양키스의 모든 시설에 대한 사용료를 단 1달러만 받는다. 한국은 프로구단의 재정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고 지자체가 사용료를 포함, 모든 걸 징수한다"고 말했다. "인식 자체가 다르다. 미국은 프로스포츠를 '공공재'로 본다. 시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입장이다. 우리는 수익사업으로 본다. 사용료를 받는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정치적 손익, 경제적 숫자에만 매달리는 지자체, 대기업이 간과하고 있는 스포츠의 순수한 가치를 역설했다. "문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프로스포츠만큼 영향력 있는 게 있는가. 도시의 품격도 프로 스포츠 존재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삶의 질이 달라진다. 구성원 통합과 소통은 덤으로 따라오는 소득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적이 있었나. 스포츠는 용광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14년 연고지 성남시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성남 일화의 14년 역사와 전통, 스토리텔링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성남시 규모의 도시라면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작은 팀, 사간도스를 예로 들었다. "윤정환 감독이 있는 사간도스라는 팀은 인구가 7만명 불과하다. 2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승격해, 선전하고 있다. 7만 명의 도시에서 매경기 평균 관중은 1만4000명이다. 사간도스라는 도시는 일본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변방이다. 축구단 덕분에 전세계에 알려지게 됐다"고 했다. "일부에서 성남 일화가 성남에 기여한 바가 적다고 하는데 나는 다른 의견이다. 스포츠가 아니라면, 성남이라는 도시 이름이 어떻게 일주일에도 몇백번씩 언론지상, 인터넷상에 오르내리겠나. 프로스포츠의 가치를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자체 '프로스포츠의 정치적, 경제적 가치'

축구인, 스포츠팬들이 프로스포츠의 문화, 역사적 가치에 주목하는 반면, 지자체는 정치적, 경제적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성남 일화와 링크된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주판알을 튕기는 이유다. 프로스포츠 구단이 가진 문화적, 콘텐츠적 가치와 비전보다는 정치적, 경제적 가치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성남 일화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내년 4월 지자체 선거 때문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시민구단 창단이 내년 선거 표심에 미칠 영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미적지근한 정치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이날 성남 서포터스와 면담을 가졌다. 절대 다수 시민의 지지가 없는 상황에서 시민구단에 투입될 100억원 예산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다수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생각해보겠다'는 행간에는 완곡한 거절의 뜻이 담겼다. 이 시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오는 서포터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이 시장은 이날 면담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여론 동향을 직접 파악하고 있다. 시 집행부는 언론에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검토중이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시 집행부가 미온적인 데 비해, 예산 심의권을 쥐고 있는 성남 시의회는 오히려 적극적이다. 이 또한 '반대파'를 공격하는 정치적 행보로 파악하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성남 일화 인수가 불발될 경우, 성남 시민구단 창립을 반대한 것은 이 시장과 현 집행부라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초반 적극적으로 성남일화 인수를 추진했던 안산시는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사실상 정치적 걸림돌은 없다. 시의회와 시 집행부가 모두 '시민구단 창단'이라는 한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다. 안산 프로축구단 유치캠페인에서 축구인들과 함께 풍선을 날린 김철민 안산시장은 축구단 인수에 호의적이었지만, 100억 이상 드는 축구단 운영비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메인스폰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0억 미만 복수의 서브 스폰서들은 확보했지만, 20억~30억을 단번에 투자할 메인스폰서는 아직 미정이다. 메인스폰서 확보를 위해 시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시도민 구단의 예산 70억~80억원으로 눈높이를 내려잡고, 서브 스폰서, 관중 수입, 마케팅 수입 등을 통해 충분히 운영가능하다는 제언들도 쏟아지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메인스폰서에 대한 시의 생각이 확고하다. 9월 말 내려질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