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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경기만에 골 맛 본 이동현 '마음고생, 말로 표현 못하죠'

"마음고생이야 말로 표현 못하죠."

흔히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고 한다. 22일 전남전이 열리기 전까지 이동현(대전)의 성적표는 23경기 '0골'이었다. 최하위팀이라고는 하지만 스트라이커로서 부끄러운 성적표였다. 지독한 불운이 이어졌다. '들어갔다'고 생각한 슈팅조차 골문을 외면했다. 23번이나 기회를 준 감독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믿고 기회를 만들어준 동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그토록 소원했던 골이 터졌다. 이동현은 전남전에서 전반 26분 황진산의 크로스를 받아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그의 올시즌 첫 골이자 K-리그 데뷔골이었다. 이동현은 2010년 강원에서 5경기를 치른 후 내셔널리그로 이적했다. 그때도 골을 넣지 못했다. 이동현은 "경기를 앞두고 슈팅 훈련을 하는데 몸상태가 괜찮더라. 골을 넣을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그런데 막상 골을 넣으니까 데뷔골에 대한 기쁨보다는 빨리 역전골을 넣어야지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더라. 세리머니도 못했다"고 했다.

사실 이동현은 김인완 감독의 '비밀병기'였다. 동계훈련 때부터 이동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계속된 득점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동현에 기회를 준 것은 그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이동현은 알아주는 기대주였다. 경희대 재학 시절 득점왕에 오르며 청소년 대표팀에도 뽑혔었다. 2010년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4순위로 강원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영후의 파트너 후보로도 지목됐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5경기 출전에 그쳤다.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으로 이적했다. 다행히 내셔널리그는 그에게 반전의 무대가 됐다. 2012년에는 11골-8도움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공격수를 찾던 김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이동현은 움직임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실패했던 2010년과 달리 그는 정신적으로 강해져 있었다. 이동현은 "프로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대에 못미치다보니 당연히 안좋은 얘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묵묵히 버텼다"고 했다.

마침내 터진 골에 주변의 축하가 이어졌다. 이동현은 "경기가 끝난 후 핸드폰을 받았더니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팀이 이겼으면 더 좋았을텐데 비겨서 기쁨을 만끽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계속해서 믿음을 보낸 김 감독에게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이동현은 "감독님이 '첫 골에 대한 부담감을 떨쳤다고 너무 편하게 하기 보다는 이제부터 더 독하게 마음 먹자'고 하셨다. 감독님 말씀 2배 이상의 각오를 새겼다"고 했다.

대전은 강원-대구-경남과의 '단두대 3연전'이 남아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김 감독은 공격축구로 승부를 볼 생각이다. 이동현이 선봉장이다. 아리아스의 복귀로 수비도 분산시킬 수 있다. 이동현은 "아리아스와 함께 하면 확실히 공격하기가 편하다"며 "이제 더 많은 득점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자신감도 생겼다. 팀이 강등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매경기 득점을 노리겠다. 개인보다 팀 잔류만을 생각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동현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