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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왜 끝내 4, 5선발을 발굴하지 못했나

롯데는 사실상 4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가장 큰 이유는 약한 타선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롯데는 리그 최상위권의 타격 클래스를 자랑했다. 이대호 홍성흔이 중심타선에 포진해 있었고, 손아섭 전준우의 성장세도 계속됐다. 게다가 김주찬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년 간 핵심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대호는 일본으로 진출했고, 홍성흔과 김주찬은 팀을 옮겼다. 설상가상으로 차세대 거포 전준우는 2년 째 성장이 정체돼 있다. 손아섭이 고군분투하지만, 분위기 반전에는 커다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게다가 롯데는 전력 보강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때문에 타선의 약화는 올 시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문제는 투수진에 있었다. 올해 롯데의 지휘봉을 잡은 김시진 감독은 '지키는 야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상대적으로 두터운 중간계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4, 5 선발이었다. 시즌 끝까지 제 역할을 해 준 4, 5선발이 없었다. 유먼과 옥스프링, 송승준 등 1~3선발은 탄탄했지만, 4~5선발은 계속 흔들렸다. 전혀 유망주 투수들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승회와 고원준이 시즌 초반 4~5선발을 맡았지만, 중간불펜에 부상자가 나오면서 김승회를 중간계투로 이동시켰다. 김수완 고원준 이재곤 홍성민 등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펼쳤다. 4~5선발로서 불합격이었다. 급기야 베테랑 김사율까지 선발진으로 돌렸다. 하지만 효과는 밋밋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23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올 시즌 내내 4, 5선발이 불안했던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다소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그는 "'계속 믿고 기용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신예투수들에게 4~5선발에 대해 준 기회는 적지 않았다. '다른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롯데 선발진의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다소 묻자 김 감독은 "야구는 변수가 정말 많다. 어쨌든 감독 책임이다. 가지고 있는 전력을 성장시키고 발굴하는 게 임무"라고 했다. 원론적으로 맞는 얘기지만, 현재 롯데가 처한 4~5선발 문제에 대한 올바른 분석은 아니었다.

롯데는 내년 장원준이 돌아온다. 그리고 올 시즌 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조정훈 역시 선발진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정상적인 수순이라면 기존의 선발 3명과 함께 매우 강력한 선발진을 형성한다. 때문에 올 시즌 실패한 4~5선발 발굴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김 감독이 얘기한 것처럼 야구가 변수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는 재활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면서 "조정훈이 내년에 정상적으로 합류할 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게다가 부상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올 시즌 롯데가 4~5선발 발굴실패에 대한 뼈아픈 반성은 당연히 필요하다. 투수진의 역량이 부족했든, 경쟁이 부족했든 롯데로서는 꼭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올해 실패한 롯데가 내년에는 부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