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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결승행 좌절' 제주, 끝내 넘지못한 세가지 징크스

"또 못넘었네요."

박경훈 제주 감독의 목소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올인했던 FA컵 우승마저 물거품이 됐다. 제주는 14일 포항과의의 2013년 하나은행 FA컵 4강전에서 2대4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제주는 그룹A 진입 실패 후 FA컵 우승에 모든 것을 걸었다. 제주의 올시즌 목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었다. FA컵을 거머쥔다면 절반의 성공이 가능했다. 제주는 주축 선수들을 모두 투입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승문턱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주의 불안 요소였던 세가지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4강 징크스

제주 입장에서는 지긋지긋할 정도다. 또 다시 4강 징크스에 발목이 잡혔다. 2007년, 2010년, 2012년에 이어 네 번째로 4강에 오른 제주는 4번의 도전에서 모두 씁쓸하게 패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2010년에는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2012년에는 한용수의 자책골로 눈물을 흘렸다. 제주는 전신인 부천SK 시절인 2004년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뒤 아직까지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부천 시절을 합해 공동 3위만 6번 했다. 박 감독 개인적으로도 제주 지휘봉을 잡은 후 세번째 4강 탈락이다. 박 감독은 이번 4강전을 앞두고 "이번만큼은 반드시 결승에 오르겠다"고 노래했지만, 다시 한번 징크스의 높은 벽을 확인했을 뿐이다.

▶포항 징크스

제주 관계자는 FA컵 4강에서 포항이 대진 상대로 결정되자 낮은 탄식을 내뱉었다. 제주의 4강 징크스는 포항 때문에 비롯됐기 때문이다. 제주는 최근 4번의 4강에서 포항을 3번이나 만났다. 결과는 모두 패배였다. 2007년과 2012년에 이어 올시즌 다시 한번 FA컵 4강에서 포항을 만난 제주는 또 한 번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제주는 최근 들어 이상하게 포항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제주는 올시즌 포항과의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지난 6월1일 K-리그 클래식에서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박 감독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홈 징크스

올시즌 갑자기 찾아온 '홈 징크스'는 제주를 흔들었다. 시즌 초반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홈 극강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5월 26일 서울전(4대4 무) 이후로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이 후 제주는 1일 대전을 꺾기 전까지 7경기 무승행진(4무3패)의 늪에 빠졌다. 평소 홈경기 필승의 각오를 밝혀 온 박경훈 감독 부임 후 홈 최장경기 무승기록이다. 덩달아 순위도 추락했다.

부진한 홈성적은 그룹B 추락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FA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강 대진이 결정된 후 홈에서 경기를 한다며 기뻐했지만, 큰 잇점을 누리지 못했다. '홈 징크스' 때문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