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1위지만, 우리는 여전히 디펜딩챔피언이다. 몸이 부서지도록 싸우겠다."
'독수리' 최용수 서울 감독(42)은 2011년 4월,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45)은 2007년 12월 사령탑 길로 들어섰다.
최 감독이 한 발 앞섰다. 지난해에는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최고 감독의 영예를 차지했다. 황 감독도 지난해 FA컵 챔피언에 올랐지만, 최 감독의 환희에 묻혔다.
올시즌 명암은 또 엇갈렸다. 황새가 날개를 활짝 폈다. 외국인 선수 단 한명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승점 52점(15승7무5패)이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8일 원정에선 난적 전북을 3대0으로 완파, 왜 1위인지를 입증했다.
반면 최 감독은 포항이 한이다. 3월 2일 클래식 개막전 상대가 포항이었다. 2-1로 역전에 성공했다가 후반 38분 동점을 허용했다. 2대2 무승부가 충격이었다. 여파는 한달 여간 이어졌다. 8경기 만에 첫 승을 올렸다. 7월 3일 포항 원정에서 복수를 꿈꿨다. 실패했다.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도화선이었다. 서울은 포항전 직후 전력 재정비에 성공하며 11경기 연속 무패 행진(8승3무) 중이다. 한때 12위로 떨어진 순위는 4위(승점 47·13승8무6패)로 상승했다. K-리그 2연패의 희망이 되살아났다. 서울은 8일 스플릿 첫 라운드 부산 원정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포항과의 승점 차는 5점이다.
포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 희망은 없다. 운명의 순간, 두 사령탑이 다시 만난다. 서울과 포항이 11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충돌한다.
최 감독에게 남은 것은 독기 뿐이다. 비단 개막전 뿐이 아니다. 정규리그와 FA컵에서 9차례 맞닥뜨려 3승2무4패로 밀렸다. 지난해 우승을 확정지은 후 1.8군으로 나선 포항 원정에서 0대5 대패를 당한 수모도 아직 갚지 못했다.
최 감독은 9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가진 미디어데이에서 "포항은 1위에 있을 만한 팀이다. 그러나 반드시 진 빚을 되갚아 주고 싶다. 개막전에서 다잡은 경기를 놓친 후 힘든 전반기를 보냈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며 "이번 만큼은 다를 것이다. 선수들이 나보다 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단순한 생각이 아닌 몸이 부서질 정도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시점에서 제대로 만났다고 했다. 그는 "1위와 4위 지금 순위표가 상당히 자극된다. 포항도 우리하고만 하면 총력전이다. 우린 자존심으로 똘똘 뭉쳤다. 선수들이 따라잡았을 때 칭찬의 맛을 안다. 수요일 경기가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령탑은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동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도 함께 뛰었다. 황선홍은 플레이가 세밀하고 정교했다. 최용수는 선이 굵은 축구를 했다. 둘다 강력한 승부 근성으로 '독종'으로 각인됐다.
최 감독과 동석한 공수 리더 데얀과 김진규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했다. 주포 데얀은 "포항으로선 지난 10년 동안 올해만큼 좋은 흐름을 보인 적이 없다. 그 기록을 수요일 바꿀 것이다. 솔직히 올시즌 두 차례 대결에서 경기 내용은 훨씬 좋았다.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중앙수비수 김진규도 "포항과의 홈경기는 항상 자신있게 했다. 우리의 플레이를 확실히 보여주면 포항은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자극했다.
'황새'는 발톱을 숨기는 편이다. '독수리'는 가감이 없다. 할 말은 한다. 두 감독 모두 승리를 향한 열정은 누구도 못 말린다.
판이 깔렸다. 서울과 포항의 대결은 올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 전쟁의 분수령이다. 구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