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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연기-뮤지컬, 아이돌의 외도를 바라보는 시선

아이돌 그룹의 외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본업인 음악 활동 외에 연기, 예능, MC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늘어나고 있다. 데뷔 전 연습생 시절부터 오랜 시간 노래나 춤은 물론, 외국어 연기 화술 레슨 등을 받고 필수 코스로 개인기까지 준비해 온 이들인 만큼 문어발 확장식 활동 방식은 어느 정도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각 분야별로 아이돌 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이가 있어 관심을 끈다.

▶ 예능 : 시청률 보증수표 '투 썸즈 업'

최근 아이돌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예전엔 가리지 않고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췄던 신인 시절을 지나 인기를 얻을수록 잘 나가는 프로그램에만 골라 출연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톱클래스 아이돌 그룹조차 시청률이 저조한 다큐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나 퀴즈쇼 등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유는 음악 프로그램 순위다. 음악 프로그램 순위 책정 조건 중에는 방송 횟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얼굴을 비춰야 한다는 것. 한 관계자는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방송 횟수에서 밀리면 1위 하기 어렵다. 그나마 팬투표 비중이 높은 SBS '인기가요'나 MBC '쇼! 음악중심'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KBS2 '뮤직뱅크'는 팬 비중이 낮기 때문에 방송 횟수가 좋을수록 고득점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아무리 작은 프로그램이라도 나가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절박함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최선을 다한다는 게 아이돌 그룹의 최대 메리트다. 또 홍보 효과도 톡톡하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경우 힘들었던 과거사나 멤버간의 사소한 에피소드도 큰 이슈가 된다. 신인 그룹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대시를 받았다거나, 과거 연애사, 성형, 다이어트 등 민감한 소재를 건드리면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이용 분야도 넓다. 교육 체육 감동 등 어떤 소재에도 아이돌 그룹을 쓸 수 있다. MBC '무한도전' 아이돌 특집의 역사 강의, SBS '맨발의 친구들' 다이빙 프로젝트,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 KBS2 '출발 드림팀 시즌2' 등이 좋은 예다. 이용 효율이 좋은데다 팬덤을 기반으로 일정 수준의 시청률까지 확보할 수 있으니 예능계에서 아이돌은 호감 그 자체다.

▶ 연기 : 느낌 아니까~!

아이돌 그룹이 가장 많이 진출한 분야가 바로 연기다. 셀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돌이 '연기돌'로 활약하고 있다. 시청자 반응은 엇갈리지만 제작자 쪽에서는 아이돌을 선호하는 편이다. 우선 톱클래스 배우보다 출연료는 낮지만, 이에 버금가는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이돌이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 각국에서 인기를 누리면서 이들이 출연한 작품의 해외 판권 현황도 호조를 누리고 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여기에 연기력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과거와 달리 데뷔 전부터 아예 연기 데뷔를 노리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웬만한 배우 못지 않은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아이돌에게 희의적이었던 스크린조차 입장을 바꿨다. '노블레스'(소녀시대 유리, 달샤벳 아영), '변호인'(제국의아이들 임시완), '동창생'(빅뱅 탑) 등 아이돌을 주조연으로 내세운 작품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관계자는 "생각보다 아이돌의 연기력과 표현력이 좋다. 검증되지 않은 신인 배우보다 오히려 연기가 자연스럽고 카메라에도 익숙하다. 극의 흐름이나 현장 분위기를 빨리 캐치해 적응도 잘한다. 또 20대 초반 역할을 소화할 만한 인기 배우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아이돌에게 기회가 된다. 아이돌이 출연한 작품은 국내에서 큰 흥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일본이나 중국어권에 수출이 잘된다. 여러가지 이유로 최근 들어 아이돌에게 전달되는 시나리오가 늘어나고 있고, 아예 아이돌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하이틴 드라마 등을 제작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 뮤지컬 : 아이돌은 좀 그래

뮤지컬 역시 아이돌이 많이 활약하는 분야로 꼽힌다. 노래와 춤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아이돌이 가장 진출하기 좋은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다. JYJ 김준수를 제외한 다른 아이돌은 망설이게 된다는 게 중론이다.

많은 관계자들이 불성실한 태도를 일차적인 문제로 삼았다. 해외 스케줄로 장기간 연습에 불참하기도 하고,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연습에 빠지거나 지각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렇다 보니 출연진 간에 호흡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고 그런 결함이 무대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문제가 된다는 것. 고가의 출연료도 문제다. 관계자는 "김준수는 회당 1500만 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지만, 그만한 값을 한다. 태도도 성실해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은 물론 제작진까지 좋아한다. 반면 대부분 아이돌은 그렇지 않은데도 회당 800~900만 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는다. 그럼에도 그 값을 못한다는 게 문제다"라며 "열악한 환경에서 뮤지컬을 만들다 보니 제작비가 제한돼 있는데 그중 상당한 비중이 아이돌에게 쏠린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부분에서 제작비를 줄여야 하는데 직격탄을 맞는 게 앙상블이다. 앙상블도 실력과 경력에 따라 급이 있는데, 이런 경우엔 좋은 앙상블을 쓸 수 없다. 아이돌이 출중한 무대 매너를 발휘하는 것도 아니고, 앙상블마저 받쳐주지 못하니 퀄리티가 떨어져 흥행에 참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티켓 파워까지 떨어지니 좋은 평가를 받기란 불가능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준수를 제외한 아이돌은 티켓 파워가 부족하다. 처음엔 이들의 인기를 믿고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이돌 팬덤이 10대~20대 초반에 집중돼 있다 보니 고가의 뮤지컬 티켓을 구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아이돌 팬덤을 믿고 큰 공연장을 대관한 작품 중 90% 정도가 크게 손해봤다. 마지막 보루였던 티켓 파워조차 떨어지니 아이돌을 비중있게 캐스팅하는 작품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