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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전담캐스터, '류현진 완급조절 발렌수엘라급'

"현재 류현진에게 필요한 충고는 무리하지 말고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뿐이다."

12일(이하 한국시각) LA 다저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기를 앞둔 다저스타디움에서 다저스의 전담캐스터 릭 먼데이를 만났다. 64년 간 다저스 전담캐스터를 맡고 있는 빈 스컬리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전담캐스터다. 먼데이는 류현진의 완급조절 능력을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와 비교하면서 극찬했다.

먼데이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직구의 위력을 배가시킨다"며 이는 1981년 발렌수엘라가 스크류볼로 자신의 직구를 살린 것이 연상된다고 했다. 발렌수엘라는 1981년 데뷔해 다저스 소속으로 올스타에 선정됐고, 그 해 내셔널리그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석권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7년 간 173승153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한 대투수다.

올해로 다저스 중계만 20년째인 먼데이는 1966년 캔자스시티 애슬레틱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오클랜드와 시카고 컵스를 거쳐 1984년 다저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19년 동안 1619안타 241홈런 775타점을 기록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먼데이는 시범경기 당시 류현진의 슬라이더에 대해 한 가지 예언을 했다. 지난 3월 2일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 첫 선발등판에서 조시 해밀턴에게 피홈런을 허용했을 때다. 당시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시작 이후 처음으로 슬라이더를 던졌다. 첫 슬라이더가 바로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다.

먼데이는 류현진이 홈런을 허용하자 "류현진은 이 피홈런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렇기에 난 장담할 수 있다. 시즌 중엔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분명 더 날카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점쟁이 같은 예언처럼, 류현진은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의 피칭에서 벗어나 슬라이더 비중을 높여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먼데이는 "이제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직구, 체인지업에 이은 제3의 구종"이라며 자신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먼데이는 류현진이 홈에 비해 원정경기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첫 시즌임에도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며 류현진의 적응력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어 "사실 (원정 고전은) 류현진 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피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류현진은 투구동작이 훌륭하고,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답했다.

이어 "류현진은 자신의 강력한 무기인 체인지업을 던질 때, 직구를 던질 때와 투구폼이 똑같다. 그래서 상대 타자들이 류현진의 90마일대 초반의 직구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먼데이는 이를 두고, 과거 발렌수엘라가 신인 시절에 스크류볼과 직구의 배합으로 상대 타자들을 현혹시켰던 점과 비슷하다고 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놀라운 상승세를 보인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먼데이는 처음 포스트시즌을 치를 류현진에게 충고할 부분이 있냐고 묻자, "현재 그에게 필요한 충고라면, 무리하지 말고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 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먼데이는 다저스 선수들이 경계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다저스는 마법 같은 승리행진을 하면서 승리에 익숙해졌지만, 내가 보기엔 선수들의 플레이가 급하다. 조금만 차분히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먼데이는 자신의 선수시절 경험을 예로 들면서 "선수들에게 포스트시즌 경기는 모든 순간이 정규시즌보다 빠르게 느껴진다. 그때 더 차분히 경기하려면,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 이는 류현진 뿐만 아니라, 다저스 선수단 전원에게 하는 충고"라고 말했다.

먼데이는 19년 간의 선수 시절에 한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1981년)을 포함해 풍부한 큰 경기 경험을 갖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의 충고대로, 다저스가 어떻게 포스트시즌을 대비할 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다.

LA=곽종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