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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개 투구, 팔꿈치 이상무 두산 이재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던졌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던졌다."

2001년 입단한 베테랑. 두산 이재우는 26일 잠실 두산과 LG의 경기 전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전날 선발로 나섰다. 두산은 선발 로테이션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갑작스러운 등 근육통.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결국 믿을 만한 정상적인 선발은 노경은과 유희관밖에 없는 상황. 이미 두 선수는 넥센과의 1, 2차전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

마땅한 선발감이 없던 두산 김진욱 감독의 선택은 이재우였다.

2005년 7승5패28홀드 1세이브로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한 그는 두산의 핵심 중간계투였다. 2009년에는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가며 묵묵히 자신을 희생했다.

하지만 이듬해 그의 팔꿈치가 탈이 났다. 그해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수술)를 받았다. 하지만 다시 수술한 인대가 끊어졌고, 2011년 다시 국내에서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길고 긴 재활 끝에 이재우는 올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전성기 시절 150㎞를 육박하던 패스트볼 시속은 약 140㎞ 초, 중반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팔꿈치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25일 목동 넥센전에서 선발로 나섰다. 공의 위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상대 타자들은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위에서 내리꽂는 패스트볼은 위력이 있었고, 변화구의 각도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포크볼이었다. 밋밋하게 꺾이지 않으면서 높게 형성됐다. 1회 결정적인 강정호의 스리런 홈런을 허용한 공도 126㎞ 한가운데 포크볼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공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었다. 결국 5이닝 4피안타 4볼넷, 4실점을 했지만, 1208일 만에 선발로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확실히 선발로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준 피칭이었다. 5이닝을 소화하면서 4안타만 허용했다. 타자들에게 끌려가지 않고 자신의 피칭을 했다. 볼넷 4개를 내줬지만, 제구력의 난조가 아닌 박병호(3볼넷)를 신중하게 상대하다 내 준 볼넷이었다.

김 감독은 "4실점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운이 아닌 실력으로 따낸 선발승이었다. 아직 경기에 대한 감이 떨어져 실투가 많았지만, 여전히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말한 이유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팔꿈치다. 이날 93개를 던졌지만, 팔꿈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는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던졌다. 팀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를 따내는데 도움이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는 "홈런을 맞은 공이 실투이긴 했는데, 강정호가 그렇게 잘 칠 지 몰랐다"며 "5회까지라는 얘기를 미리 듣고 난 뒤 5회 마운드에 올랐을 때 약간 긴장이 풀리면서 힘이 떨어진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90개 이상을 던졌는데, 팔꿈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음 등판에는 더 좋은 경기내용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