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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승' 류현진, 커맨드 실종에도 후반기 출발 Good

'장인'으로 극찬받았던 패스트볼 커맨드는 없었다. 그래도 부담을 떨쳐낸 소중한 1승이었다.

'LA 몬스터' 류현진이 후반기 첫 등판에서 시즌 8승을 수확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23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5⅓이닝 4실점하며 시즌 8승(3패)째를 올렸다. 다저스는 타선 폭발로 14대5 대승을 거뒀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4연승을 달렸다.

다소 실점이 많았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팀 타선이 초반부터 폭발하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류현진을 다소 빨리 교체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날 기록은 5⅓이닝 9피안타 2볼넷 3탈삼진 4실점. 시즌 평균자책점은 3.09에서 3.25로 상승했다. 이날 투구수는 102개였고, 스트라이크 비율은 62.7%(64개)를 기록했다. 60개의 직구에 체인지업 20개, 슬라이더 15개, 커브 7개를 섞어 던졌다.

▶12일만의 등판, 특유의 '패스트볼 커맨드' 사라졌다

지난 11일 애리조나전 이후 12일만의 등판이었다. 올스타브레이크에 돈 매팅리 감독의 배려로 무려 11일간 휴식을 취했다. 매팅리 감독은 처음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류현진의 체력 안배를 위해 류현진을 후반기 네번째 선발로 배치했다.

오랜 휴식을 취한 뒤 등판, 우려도 있었다. 류현진은 올시즌 6일 이상 휴식 후 등판한 4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무려 2할8푼4리. 류현진은 4일 휴식 후 등판한 9경기서 3승1패 평균자책점 3.45 피안타율 2할5푼9리를 기록했다. 5일 휴식 후엔 5경기서 4승 평균자책점 2.16 피안타율 1할8푼6리로 가장 좋았다.

휴식이 길어진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정해진 로테이션에 맞춰 몸을 만드는 투수들에겐 독이 될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리듬에 고전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도 무려 12일만에 등판하는 류현진의 호투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풀타임 선발로서 능력을 보는 시험대와도 같았다.

그런 면에서 이날 등판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타선이 상대 선발 조시 존슨을 2이닝 5실점으로 조기강판시키며 일찌감치 맥이 빠진 게 컸다. 마운드에 선 류현진의 긴장감 역시 평소에 비해 떨어졌을 것이다.

류현진의 제구 역시 다소 흔들렸다. 댄 벨리노 주심의 타이트한 스트라이크존에도 영향을 받았다. 떨어진 경기감각도 영향이 있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는 '커맨드'는 없었다. 다소 무딘 느낌이었다.

6회 안타 2개를 허용하면서 1사 1,2루가 되자 다저스 벤치는 일찌감치 마운드를 교체했다. 두번째 투수 호세 도밍게스가 류현진이 내보낸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들여보내 실점은 4점까지 치솟았다.

▶중심타선 공략 실패, 타이트한 존에 그만…

류현진은 이날 초반부터 투구수가 많았다. 1회부터 투구수가 25개나 됐다. 아웃카운트 2개를 손쉽게 잡아낸 뒤, 중심타선을 만나면서 고전이 시작됐다. 26홈런 74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타점 3위에 올라있는 토론토의 주포 에드윈 엔카나시온에게 초구에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좌익수 칼 크로포드의 매끄러운 수비 덕에 2루를 허용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이어 4번타자 아담 린드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2사 1,2루 실점 위기, 류현진은 멜키 카브레라와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2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카브레라의 계속된 파울 커트에도 직구만 10개를 던지는 배짱이 돋보였다.

3회에도 같은 타순이 돌아왔다. 이번엔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5-0으로 앞선 상황, 이번에도 2사 후 3번타자 엔카나시온에게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맞았다. 바깥쪽 체인지업이 잘 구사됐지만, 힘겹게 타구를 잡아낸 유격수 헨리 라미레즈의 송구가 비켜가면서 출루를 허용했다.

안 그래도 류현진은 좁아진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에 흔들리고 있었다. 결국 린드에게 맥없이 볼넷을 허용했다. 또다시 2사 1,2루에서 만난 카브레라, 이번엔 막아내지 못했다. 카브레라에게 날카로운 중전 적시타를 맞고 첫 점수를 내줬다.

주심의 타이트한 스트라이크존에 직구를 한복판으로 던진 게 아쉬웠다. 하지만 1회와 마찬가지로 직구 승부를 고집한 것도 문제였다. 다음 타자 데로사에게도 복판으로 직구를 던졌다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배트 중심을 비켜갔지만, 타구가 우익수 스킵 슈마커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추가실점했다.

▶지명타자 있는 인터리그 원정, 언젠간 풀어야 할 숙제

하지만 4회와 5회, 병살타를 유도한 부분은 돋보였다. 3회까지 투구수가 69개에 이르렀지만, 4회와 5회엔 1사 후 주자를 내보낸 뒤 병살타로 투구수를 아꼈다. 올시즌 병살타만 18개.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4위에 해당한다.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어쨌든 떨어진 긴장감 속, 한복판 직구 승부가 다소 아쉬움을 남긴 경기였다. 게다가 상대 주포인 엔카나시온에겐 3타수 3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테이블세터는 무안타로 막았지만, 이날 9안타 중 8안타를 3,4,5,6번 중심타자들에게 허용했다.

지명타자제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팀과의 인터리그 원정경기는 쉬어갈 타순이 없다는 부담이 있다. 류현진은 앞선 두 차례 인터리그 원정경기서 모두 좋지 않았다. 볼티모어, 뉴용 양키스와 치른 경기서 각각 6이닝 5실점, 6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시차가 큰 동부 원정에 지명타자제 부담을 이겨내는 건 향후 류현진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12일 만의 등판에서 시즌 8승을 수확한 건 분명한 호재다. 부담될 수 있는 후반기 첫 등판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다음 등판은 28일 신시내티와의 홈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가 준비한 '코리안 데이'에 맞춰 빅매치가 성사된다. 류현진과 함께 메이저리그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추신수와의 맞대결 결과가 주목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