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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걸'현정화-하지원의 의리,코리아탁구단 꿈 이루던 날

"언니!" "지원아! 왔어?"

20일 경기도 군포 농심탁구단 훈련장, 여배우 하지원이 깜짝등장했다. 특유의 발랄한 에너지에 탁구장이 환해졌다.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 전무(한국마사회 총감독)와 반갑게 포옹했다. 지난해 5월 영화 '코리아' 개봉 이후 오랜만에 마주했다. 영화를 찍는 내내 '코리아'의 이름으로 탁구팀을 만들자고 약속했었다. 1년 후, 그 꿈같은 약속이 현실로 이뤄졌다. 현정화의 '코리아 탁구단' 창단식, 의리의 '코리아' 팀이 다시 뭉쳤다.

▶'여걸' 현정화-하지원의 의리

영화속 '리얼'한 탁구자세를 익히는 데만 3개월이 넘게 걸렸다. '레전드 탁구선수' 현정화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완벽주의자' 하지원이 기로에 섰을 때, "하지원이어야만 한다"는 말로 마음을 돌린 건 현 전무였다. 어려움을 함께 넘어서며 돈독한 자매애가 싹텄다. 함께 목욕탕도 가고, 매운 닭발을 먹으며 여자들만의 의리를 쌓았다. 새 드라마 준비로 발레, 승마를 배우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톱탤런트' 하지원이 탁구단 창단 소식에 열일을 제치고 달려왔다. '의리녀'라는 말에 "보고 싶으니까, 좋으니까 왔죠"라며 활짝 웃었다.

"언니, 웰컴 선물!" 하지원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 현 전무는 지난 5월 말 미국 단기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마침 지갑 바꿀 때 됐는데… 어떻게 알았어." 낡은 지갑을 꺼내든 현 전무가 환하게 웃었다. 명품지갑보다 명품배우 하지원의 마음씀씀이가 빛났다.

이날 하지원은 1년만에 '탁구 에이스'로 다시 변신했다. 창단식에서 코리아 마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선수대표로 나섰다."이 체육관에 다시 오니 '코리아'라는 영화가 맺어준 인연에 대한 소중함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 것같아요. '코리아'로 엮어진 이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예쁘게 가꿔나가겠습니다." 공감의 박수가 쏟아졌다. 향후 코리아팀의 계획을 또박또박 읽어내렸다. "2013년은 실력배양의 해입니다. 2014년부터 경기중심의 탁구단을 운영하면서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가대표 출전 대회를 응원 및 지원하고요. 현정화 감독님이 제일 중시하시는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국내 및 해외 팀들과 장기교류전, 북한 장애인 돕기 친선경기, 지바조선학교및 사회팀과의 경기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코리아탁구단 단장 현정화의 꿈

1991년 지바세계탁구선수권 남북단일팀의 영웅, 현 전무가 '코리아탁구단'의 단장을 맡았다. '코리아' 영화제작자였던 이수남 더타워픽처스 대표가 감독, 문현성 감독이 코치가 됐다. 이 대표는 "수많은 영화를 제작해보지만, 영화가 끝난 후까지 이렇게 끈끈한 팀은 많지 않죠.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현 전무가 '코리아' 탁구팀 어떻게 됐냐고 묻는데 '아차' 싶더라고요. 이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죠"라며 웃었다. 하지원을 비롯해 최윤영 한예리 신모경 김민재 이경헌 성도현 등 출연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영화가 아닌 현실속 '코리아'를 위해 다시 뭉쳤다.

현 전무는 원대하고 뚜렷한 꿈을 꾸고 있었다. 1991년 지바 남북단일팀 '코리아'가 그러했듯, '코리아 탁구팀'이 향후 남북체육교류의 '홍보대사'가 되고자 하는 희망을 드러냈다. 선수단 앞에서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했다. "비록 소박하게 시작하지만, 저희들의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봉사나 경기, 행사 위주의 팀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연예인 모임, 동호회와도 다릅니다. '남북교류, 남북관계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탁구팀'이라는 큰꿈과 자부심,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창단식 후 한때 배우들의 스승이었던 한국마사회, 농심삼다수 선수들과 '코리아'팀 멤버로 이뤄진 복식 친선전이 이어졌다. 영화속 홍차옥역을 맡았던 여배우 최윤영이 남자대표팀 왼손에이스 이정우(농심)와, '탁구단 감독' 이수남 대표가 '얼짱 탁구스타' 서효원(한국마사회)과 짝을 이뤘다. 하지원도 오랜만에 탁구라켓을 다시 잡았다. 실제 현정화와 영화속 현정화가 '환상의 복식조'로 다시 섰다. '현정화 역'이었던 만큼 요즘 흔치않은 펜홀더 전형이다. "지원씨, 이제 우리 동호회야, 즐기면서 해. '멘붕' 안와도 돼." 문 감독의 말에 웃음이 '빵' 터졌다. 처음엔 라켓잡는 법도 잊었다던 하지원이 이내 녹색테이블에 적응했다. 현 감독이 귓속말로 작전지시를 건넸다. 하지원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신나게 스매싱을 날렸다. "화이팅!" 현정화표 날선 구호를 함께 외쳤다. '코리아'의 희망과 기적이 다시 시작됐다. 군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